마크롱 "러 안전보장, 종국에 해야할 일이지 우선할 일 아냐"
르몽드 등과 인터뷰…"협상에 중국·튀르키예만 참여해선 안 돼"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러시아의 안전 보장은 종국에 해야 할 일들의 일부이지, 우선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늘날 우선해야 할 일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전쟁) 첫날부터 해오고 있는 일이다."
미국에서 프랑스로 돌아오는 길에 '러시아 안전 보장론'을 꺼내 들었다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 질타를 받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불러온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같이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요르단에서 열린 '중동 국가 지도자 회의'에 참석했다가 프랑스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프랑스 일간 르몽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레바논 일간 안나하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방어해야 한다는 전략"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이 지역과 유럽의 정치적 안정과 안보를 보장하는 새로운 질서를 담보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보와 안정을 담보하는 틀을 이야기할 때 우크라이나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인접한 몰도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도 고려해야 한다"며 "그다음에는 벨라루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든, 하지 않든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만큼 우크라이나에 더욱 강력한 안전 보장을 해야 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대립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말∼이달 초 미국을 방문하던 중 TF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일 우리가 살고 싶은 안보 틀"을 준비해야 한다며 나토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러시아 안전 보장론'을 꺼내 들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 분쟁이 군사적으로만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상 분명히 말해왔다"며 "나의 이러한 생각이 한쪽이 전멸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는 것을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에게 도덕적인 교훈을 주고 싶어하는 유럽과 서방의 모든 사람은 누가 협상 테이블 주변에 있을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나로서는 앞으로의 일을 협상하는 자리에 중국과 튀르키예만이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유럽이 러시아의 위협에 얼마나 취약한지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줬다며, 유럽이 나토 안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체 방위력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강조하며 "동맹은 내가 선택하고, 함께 일해야 할 대상이지 의지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유럽은 나토 안에서, 나토와 함께하지만, 나토에만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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