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집권 ANC 전당대회 개막…라마포사 대통령 "단합해야"(종합)
라마포사, 스캔들 불구 당대표 재선 확실시…2024년 대통령 재선 디딤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16일(현지시간) 닷새간의 전당대회 일정에 돌입했다.
ANC는 이날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이벤트 행사장에서 약 4천 명의 대의원이 모인 가운데 제55차 전당대회를 개막했다. TV로 생중계된 개막식은 대의원 600명의 막판 등록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정보다 7시간 늦게 시작했다.
당 대표를 겸하고 있는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장시간의 정치 보고 연설을 통해 "이번 당 대회는 ANC의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당 지도부의 단합과 쇄신을 당부했다. 연설 초반에는 그러나 조용해달라는 라마포사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콰줄루나탈주 출신 당원들이 일어서 아랑곳하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의원들은 17일 당 대표를 비롯해 전국 의장, 사무총장, 재무 담당 등 고위직 6명에 대한 선출에 들어간다.
현재로선 당 대표에 라마포사 대통령이 재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다른 경선 경쟁자인 즈웰리 음키제 전 보건부 장관의 2배 이상인 2천표 넘는 지부 지지표를 확보한 상태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자신을 둘러싼 외화 뭉칫돈 도난 은폐 의혹과 관련, 국회가 탄핵 절차를 개시할 것인지를 묻는 표결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점유한 ANC의 지지 덕분에 살아남았다.
ANC 당 대표는 2024년 총선에서 ANC가 다수당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경우 대통령직을 겸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 재선은 라마포사에게 대통령 재선의 디딤돌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2018년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각종 부패 의혹으로 물러난 뒤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이번 스캔들로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주마 전 대통령은 이날 라마포사 대통령의 연설 시작 때 갑자기 등장해 출신지인 콰줄루나탈주 당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그들 속에 자리했다.
ANC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라마포사 대통령의 탄핵을 막고 나선 것은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별다른 대안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912년에 창당된 ANC는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에 맞서 싸운 넬슨 만델라의 정당으로서 1994년 첫 민주선거 승리 이후 28년째 집권해오고 있다.
그러나 내부 계파 갈등과 부패로 당 지지도가 점차 하락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ANC는 집권 한 세대가 다 되도록 전력, 물 등 기본 서비스조차 제대로 주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무능 정당으로 비판받았다.
전당대회가 시작한 이 날도 하루 6시간씩 지역별로 돌아가며 단전이 되는 6단계 로드셰딩(순환단전)이 무기한 이어졌다.
라마포사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연설에서 로드셰딩이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비상 발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드셰딩도 과거 국정농단으로 인한 공기업 경영 부실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면서 당원들이 이권 다툼에서 비롯된 현재의 분열상을 극복하고 일신에 나서야 당과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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