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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문가들 안보문서 개정에 "억지력 강화" vs "군비경쟁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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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문가들 안보문서 개정에 "억지력 강화" vs "군비경쟁 초래"
'반격 능력'과 '전수방위' 충돌 여부에 대한 판단도 달라
"북한보다 중국 위협 대비 측면…한국엔 영향 적을 것" 주장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6일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적 미사일 발사 거점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와 방위력 강화 정책을 확정하자 일본의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특히 반격 능력에 대해서는 중국과 북한 등 주변국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억지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동북아 군비 경쟁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잘못된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 미치시타 교수 "대만해협 등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
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안보문서 개정에 대해 "단순히 장비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억지력을 갖추고 만약 억지에 실패했을 때 교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과거에 있던 방위력 강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당히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개정 배경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대만 해협의 전략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며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이 있다고 보지만, 일본의 의도는 대만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대응하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반격 능력 보유 선언은 2015년 집단자위권 인정과 연속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집단자위권 인정을 통해 한국이나 대만을 방어하려는 미군을 돕고 같이 싸울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이번에는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필요한 능력을 도입한다는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은 막대한 방위비를 투입하면서도 전투 능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안보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는 바람직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미치시타 교수는 "한반도에서는 한국이 열심히 방위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만은 중국과 비교해 작고 힘이 없다"며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 등을 통해 중국의 위협을 미국보다 먼저 느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전쟁 가능한 나라'가 되려면 헌법을 개정하고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원칙적으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헌법이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개헌은 어려울 일이니 헌법 해석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갔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 후지모토 대표 "군사력 강화 아닌 대화와 협조 필요"
시민단체 '포럼 평화·인권·환경'의 후지모토 야스나리 공동대표는 3대 안보 문서 개정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지모토 대표는 "군비 확대가 안전보장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일본이 반격 능력을 보유하면 중국과 북한 등에 위협이 될 것이고 군비 경쟁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면서 "전쟁 억제에 필요한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와 협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안보 문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묻지 않았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방위비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한 이견이 속출하는 등 의견 통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일본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방위비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지모토 대표는 "장거리 미사일 배치에 쓰는 돈이면 학생 무상 급식과 대학생 등록금 지원을 하고도 남는다"며 "앞으로 야당이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말로 일본에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한가, 방위비를 위해 증세를 해도 되는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침략전쟁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한 평화헌법의 약속을 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소에야 교수 "중견국 간 협력으로 지역 질서 강화해야"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을 둘러싼 환경이 변한 만큼 안보 문서 개정이 불가피했지만, 자위대 역할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소에야 교수는 "일본이 중국과 북한에 독자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하는 시나리오는 있을 수 없다"며 "미일안전보장조약을 전제로 미국과 관계에서 자위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논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반격 능력과 전수방위 개념의 충돌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전수방위를 위반하지 않고 그 틀을 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과 호주, 유럽 국가 등 중견국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미들 파워(중견국) 외교를 주장해온 소에야 교수는 한국이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소에야 교수는 "일본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항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과 관계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일본이 단독으로 군사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한국에 위협이 될 요소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을 심화하자고 하는데,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협력하자고 하면 오히려 협력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들 파워와 교류는 위협에 대응하려는 목적보다는 미들 파워 간 협력을 강화해서 지역 질서의 기반을 공고하게 하는 데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psh59@yna.co.kr,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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