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총장, '지구촌 양심'으로 네이처 '올해의 10인' 선정
웹 망원경 주도 천문학자·돼지심장 이식 외과의 등 포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가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을 포함해 올해 과학계 화두가 된 주요 장면의 주인공 10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네이처는 "위기와 놀라운 발견으로 가득한 올해의 네이처 10인에는 우주를 더 멀리 볼 수 있는 창을 열어준 천문학자와 코로나19와 엠폭스 등에 대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연구원, 장기이식의 한계를 허문 의사 등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과학자가 아니지만 유엔 수장으로서 지난 달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27) 회의에서 각국에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은 '지구촌의 양심'으로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서 구테흐스 사무총장 이외에도 방글라데시 환경연구단체 '국제 기후변화·개발 센터'(ICCCAD) 소장인 살리물 하크 방글라데시 독립대학(IUB) 교수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끈 스비틀라나 크라코프스카 단장도 선정됐다.
이는 기후 변화 위기가 과학계의 주요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크 소장은 COP27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키로 한 선진국의 약속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한 점이 고려됐다.
크라코프스카 단장은 지난 2월 IPCC 화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화석연료 전쟁'이라고 부르며 우크라이나 입장을 강력히 대변해 다른 나라 대표단의 지지 발언을 끌어냈다.
IPCC 과학자로 응용기후학연구소를 운영 중인 그는 당시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화석연료와 이에 대한 인류의 의존이라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 대표의 사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공중보건 문제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를 추적해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가속하는 돌연변이를 예측하는데 기여한 베이징대학의 게놈 연구원 차오윈롱과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을 앓으며 '환자주도연구협력체'를 만들어 장기 후유증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연구를 위한 예산 확보를 도운 리사 매코르켈 연구원 등이 선정됐다.
이와함께 나이지리아 니제르삼각주대학의 감염병 의사인 디미에 오고이나는 이전부터 연구해온 자료를 토대로 엠팍스 확산에 대처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제공한 점이 고려됐다.
비상한 과학적 업적을 이룬 과학자로는 유전자 조작된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처음 이식한 수술팀을 이끈 메릴랜드의과대학의 외과전문의 무하마드 모히후딘과 우주 관측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가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의 천문학자 제인 릭비 등이 선정됐다.
이밖에 미국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장을 맡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과학정책을 입안한 알론드라 넬슨과 미국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이 가져올 영향에 관한 핵심자료를 제공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낙태 연구원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등도 올해의 과학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처는 "이들 10명의 이야기는 비상했던 올 한해 과학계를 엿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올해의 과학자 10인은 상을 주거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올해 과학계에서 벌어진 중요한 현상과 사건,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과 동료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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