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정점 찍었나…급등세 진정돼도 단기급락은 기대 어려워
11월 미국 물가상승률 연중 최저…급등세 한풀 꺾여
한국 물가 7월 6.3% 정점 이후 둔화 흐름…11월엔 5.0%
당분간 5% 안팎 고물가 지속 전망…체감물가도 여전히 높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한국에도 훈풍이 불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물가 역시 국제유가 등 외생변수의 동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연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너무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물가 역시 지난 7월 고점 이후 둔화 곡선을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내년 초까지는 5% 안팎의 고물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1% 올랐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7.1%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절대적으로 낮게 볼 수는 없으나 9월까지만 해도 8%를 넘었던 상승률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전월 대비로 봐도 0.1% 상승해 시장 전망치(0.3%)를 밑돌았다.
통상 전월 대비 지표는 단기적인 흐름을 보는데 유용하다. 그만큼 최근 들어 둔화 흐름이 강하게 감지됐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런 흐름과 유사하다.
한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
이는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의미한다.
물가 상승률은 7월에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오른 뒤 전반적인 둔화 곡선을 그리고 있다.
10월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단기적인 반등이 이뤄지긴 했으나 전반적인 하향 안정화 흐름 속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한국 역시 물가에 대한 낙관론을 갖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비상경제정관회의에서 "물가는 정점을 지나 상방 압력이 다소 완화되었으나 당분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7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5% 안팎에 있는 물가가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되겠지만 당분간 쉽사리 내리지도 않을 것 같다고 본다.
한국은행이나 통계청 역시 유사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내년 초까지는 물가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 달 이후에는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어 물가 상승률이 지금 수준에서 등락하지 않을까 한다"고 발표 당일 브리핑에서 전망했다.
국제유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변수도 향후 물가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변수다.
5% 안팎의 물가 상승률이 절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역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가공식품과 외식 등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11월에도 전월과 같은 4.8%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라 전월(6.5%)보다 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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