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이번엔 美 '방역 사령탑' 저격…"파우치 처벌해야"
민주당 의원들 반박 트윗으로 파우치 엄호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끈 '방역 사령탑'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저격하고 나섰다.
미 의회전문 매체 더힐 등의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파우치를 처벌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후 파우치 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왕이시여, 봉쇄를 한 번 더 하시죠"라고 말하는 조롱조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 편집본도 게재했다.
그의 이 같은 트윗에 미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머스크를 비난하고 파우치 소장을 옹호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민주·미네소타)은 "나는 파우치 소장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미국을 침착하게 이끌었다"는 트윗을 올려 파우치 소장을 감쌌다.
클로버샤 의원은 이어 "백신 부정론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영리한 사업 같지는 않다. 끊임없이 관심을 구걸하고 있지만, 훌륭한 사람은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느냐"고 말하며 머스크를 꼬집었다.
딘 필립스 하원의원(민주·미네소타)도 트위터에 "미국에서는 당신이 원하는 어떤 대명사도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파우치 소장은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은 목숨을 구했을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썼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파우치를 '국가적 영웅'이라고 부르면서, 머스크가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파우치는 태생적인 선함과 공중보건에 기여한 공로로 후대에 기억될 '국민 영웅'이다. 반면, 당신은 사업 성공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 것으로 가장 많이 기억될 것"이라며 "당신은 돈은 가졌을지 몰라도, 품격은 없다"고 머스크를 직격했다.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민주·뉴욕)도 "머스크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파우치 소장을 범죄자 취급을 하길 원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머스크의 위선을 꼬집었다.
머스크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봉쇄 조치에 대해 "사실상의 가택 연금"이라고 반발했고, 캘리포니아주 보건 당국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테슬라 공장 가동 중단을 명령하자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또 2020년 9월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자신과 자녀들이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다. 머스크는 이후 코로나에 두 차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트위터를 인수한 후 지난달부터 코로나19와 관련된 거짓 정보를 규제하는 트위터 정책을 슬그머니 철회하기도 했다.
민주당 진영의 반발과는 달리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파우치 소장을 처벌하라는 머스크에 동조했다.
코로나19 오보 정책 위반으로 지난 1월 트위터 계정을 정지당했다가 머스크의 인수 후 복권된 극우성향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머스크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도 "파우치의 사임이 팬데믹의 기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그는 우한 실험실에서의 (바이러스) 유출과 관련, 그가 관여한 모든 논의에 대해 의회에서 진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지난 3년간 미국의 방역을 이끈 파우치 소장은 이달 말 퇴임한다. 올해 81세인 파우치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팬데믹 대처법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고 경질될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며 퇴임 후에라도 필요할 경우 의회에 기꺼이 출석해 진술할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