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니 새 형법에 "기본 자유·인권에 부합 안 해" 비판
"법의 평등한 보호, 종교·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권리 등과 양립 안 돼"
인니 "헌법·유럽인권조약에 부합…시민사회 의견 고려할 것"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혼외 성관계와 낙태 금지, 대통령과 국가기관에 대한 모욕 처벌 등을 골자로 하는 인도네시아의 새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유엔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엔은 지난 8일(현지시간) 유엔 인도네시아 사무소를 통해 성명을 내고 "개정 형법의 특정 조항이 법의 평등한 보호와 종교·신념의 자유, 의견과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권리 등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형법의 일부 조항이 인권에 관한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법적 의무를 위반하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여성과 아동, 성 소수자를 차별하고, 다양한 성적 권리와 생식권, 사생활, 종교나 신앙의 자유에 대한 권리 등을 침해할 수 있으며 소수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를 정당화하고 이들에 대한 폭력 행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새로운 형법 시행을 준비하는 동안 국제 인권법적 의무와 약속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 사회, 이해 관계자와 공개적으로 대화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개정 형법의 대변인인 앨버트 아리스 변호사는 유엔의 우려를 존중한다면서도 "형법이 인권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새로운 형법이 인도네시아 헌법과 1950년 로마에서 만들어진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를 위한 협약'(유럽인권조약)에도 부합한다며 인권을 존중하고, 여성이나 아동, 언론, 소수 집단 등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형법이 인권과 인간의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규제하는 것이라며 "소수의 신념을 따르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를 정당화한다면 그것 또한 부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는 주권적인 법적 국가로서 시민 사회의 의견을 항상 존중하고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인도네시아 국회를 통과한 새로운 형법은 혼외 성관계와 혼전 동거, 낙태를 금지하고 대통령과 국가 기관을 모욕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또 사전 허가 없이 시위를 벌이거나 가짜뉴스 확산, 공산주의 등 국가 이념에 반하는 견해를 퍼뜨리는 경우도 처벌하도록 했으며 신성모독죄는 강화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새로운 형법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 언론·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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