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바닥·민생 파멸적 타격"…中지방정부, 제로코로나 '반기'
허난성 주마뎬시 "정치 업적 욕심·부패 탓 방역 난맥상" 직격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전환한 중국에서 한 지방정부가 고강도 방역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허난성 주마뎬시 위생계획생육감독국은 6일 오후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신을 통해 발표한 '고강도 방역 중단을 위한 11가지 건의'라는 글을 통해 "과도한 방역과 끊임없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부정적인 영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더 광범위하게 전파될 뿐 아니라 민생은 파멸적인 타격을 받고 있으며 빠듯한 공공 재정이 바닥났고, 사회 안정과 법질서는 혼돈에 빠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면한 코로나19 대응의 난맥상을 조목조목 짚었다.
PCR 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코로나19 감염자의 50%가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며 바이러스 소독도 상식에 어긋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PCR 검사와 코로나19 감염자 수용 격리 병원 운영 등 강경한 조처들이 무의미해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자 치사율이 유행성 독감보다 낮다는 점을 거론하며 고강도 방역에 대한 손익을 종합적으로 검토, 판단해야 할 필요성을 거론했다.
특히 "방역으로 관련 산업의 개인과 이익 집단은 이익을 취하지만, 서민 가정은 재정과 가계 파탄의 위기에 처했고, 자질이 부족한 일선 방역요원들의 난폭함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방역의 문제점들은 말단 직원의 이해 부족이나 시행착오 때문이 아니라며 "방역을 정치적 업적으로 삼으려는 상급자의 요구, 이익을 탐하는 세력과 부패 등이 어우러져 빚어진 것"이라고 상부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건의문은 ▲ 특수 상황을 제외한 PCR 전수 검사 즉각 중단 ▲ 격리 병원 건설 취소 ▲ 국민 자율 방역 시행 ▲ 방역용 건강 QR코드 폐지 로드맵 설정 ▲ 병원 등 모든 업종 운영 정상화 등 고강도 방역 중단 조처 11가지를 제안했다.
방역 요원들은 신원과 전화번호가 표시된 신분증을 착용하고, 무단으로 가정에 들어가 소독하는 등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재산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 금지도 건의했다.
또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염병 예방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진 부패와 규율 위반, 불법, 범죄 행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공산당 중심의 철저한 중앙 통제와 상명하복의 공직 기강이 절대적인 중국에서 지방정부가 중앙 당국의 역점 시책을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누리꾼들은 "민중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감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거나 "재정과 인내심이 바닥난 지방정부의 반기"라는 평가를 하며 온라인에서 회자했다. 관영 언론들도 이 글을 일제히 다뤘으나 곧 웨이신 계정에서 삭제됐다.
3년째 계속된 봉쇄 등 고강도 방역의 여파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중국인들의 불만이 고조돼 이른바 '백지 시위'가 발생하는 등 민심 이반 조짐을 보이자 당국은 최근 유화적인 방역 완화 조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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