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는 왜 장쩌민 추도대회에 불참했나…의아한 행보
'건강 문제' 지적 속에 '시진핑과 불화 의식한 조치'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장쩌민 전 주석의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걸 두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후진타오는 지난 5일 베이징 인민해방군병원에서 열린 비공개 추모식에 누군가의 부축을 받고 나타나 장쩌민 시신에 3차례 절하는 모습이 살짝 비쳤다.
그러나 뒤이어 이날 이 병원과 가까운 베이징 바바오산혁명공원에서 엄수된 화장식에 후진타오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장쩌민 공식 추모 행사인 6일 인민대회당 추도대회에도 불참했다.
장쩌민은 2002년 제16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회 총서기 자리를 넘긴 데 이어 2004년 인민해방군 지휘권을 쥔 당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까지 건넨 후진타오의 전임자였다는 점에서 후진타오의 이런 행보가 눈길을 끈 것이다.
설령 무슨 문제가 있어 비공식 행사에는 못 가더라도 공식 행사에는 참석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데에는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장쩌민 장례와 관련된 중국 당국의 행사 조직에도 눈길이 쏠린다.
공식적으로 중국 당국은 2세대 최고지도자인 덩샤오핑 별세 때 인민대회당 추도대회와 인민해방군병원 영결식을 열었지만, 3세대 최고지도자인 장 전 주석 장례절차는 영결식을 하지 않고 비공개 추모식과 화장식, 공개 추도대회로 진행했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참석자를 분산시키고, 가급적 전·현직 최고지도부의 접촉을 줄일 목적으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다시 말해 6주 전인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불화'를 표시하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퇴장한 후진타오를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것이다.
후진타오의 장례식 참석을 막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공식행사에서 후진타오가 다시 시 주석에게 거친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이 재현되는 걸 피하려는 고육책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6일 추도대회에 원자바오(80) 전 총리와 쩡칭훙(81) 전 중앙판공청 주임은 참석했다. 자칭린(82) 전 전국정협 주석은 후진타오와 마찬가지로 5일 비공개 추모식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후진타오의 추도대회 불참이 그의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SCMP도 시신이 화장되기 전에 장쩌민을 기리는 행사장인 5일 추모식에 79세의 후진타오가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비롯해 중국의 최고 지도자 장례식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참석자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 행사 내내 선 자세로 최대한 존경을 표하는 것이 관례인 상황에서 이게 불가능한 후진타오가 추도대회에 불참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정치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중국전문가인 닐 토마스는 "장쩌민을 기리는 행사에 후진타오가 참석한 것은 시 주석이 통합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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