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발언에 러시아 발끈한 다음날, 바티칸 웹사이트 '먹통'
교황청 주재 우크라 대사 "러시아 해커들 소행" 주장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러시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반발한 다음 날, 바티칸 공식 웹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으로 먹통이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바티칸 공식 웹사이트(www.vatican.va)뿐만 아니라 바티칸 관련 일부 웹사이트가 이날 오후 내내 접속이 되지 않았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에 대해 "비정상적인 웹사이트 접속 시도가 있었다"며 "이와 관련해 기술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공격으로 의심되는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분노"를 표출한 다음 날 벌어졌다.
교황은 지난달 28일 발간된 미국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간 군인들의 잔인함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했다"며 "일반적으로 볼 때 가장 잔인한 이들은 러시아의 전통에 속하지 않는 체첸인, 부랴트인 등등"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발언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발끈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알렉세예비치 아브데예프 주교황청 대사는 지난달 29일 교황이 인종 공격성 발언으로 다국적 러시아 국민들의 결속과 단결을 흔들고 있다며 격하게 반응했다.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역시 교황이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며 반발했다.
우크라이나는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유라쉬 주교황청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테러리스트들이 바티칸시국의 사이트에 접근했다"며 "러시아 해커들이 러시아 정치의 진짜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라쉬 대사는 "이번 사이버 공격은 교황의 중요한 말씀에 대한 러시아의 응답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에는 유럽연합(EU) 의회가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직후 의회 웹사이트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디도스 공격은 대량의 데이터를 전송해 시스템 장애를 일으키는 사이버 공격을 의미한다.
로베르타 메촐라 EU 의회 의장은 당시 "의회 웹사이트가 정교한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며 "친크렘린 단체가 소행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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