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친푸틴' 헝가리에 돈 줄 계속 옥죄기로
집행위 "법치 확립 등 개혁없으면 예산 지출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유럽연합(EU)과 '아웃사이더' 회원국 헝가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30일(현지시간) 헝가리에 할당된 58억 유로(약 7조8천억 원)의 EU 코로나19 복구 기금 지출을 계속 보류하도록 권고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집행위원회는 이날 법치 확립, 부패 척결, 사법부 독립 등에 대한 헝가리 정부의 개혁 약속 이행이 충분치 않다며 "이 같은 조치들이 이행될 때까지 헝가리가 이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법치와 관련해 헝가리는 중대한 개혁을 약속했다"면서 "이러한 개혁이 실행되어야만 EU의 코로나19 복구기금에 대한 (헝가리의) 완전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는 EU가 회원국에 지급하는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작년부터 받지 못했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할 사법 독립성과 법치주의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EU가 지원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EU는 또 헝가리를 위한 지역 개발 기금 75억 유로(약 10조 1천억 원)도 동결한 상태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 2010년 재집권한 이래 사법부 독립 침해, 반이민 정책, 성 소수자 차별, 부진한 부패 척결 등 여러 문제로 EU와 계속해 마찰을 빚어왔다.
EU는 헝가리가 법치주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비난했고, 헝가리는 EU가 자국에 외국 문화가치를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최근 몇 달 동안 갈등은 더 격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응징하기 위한 EU의 강경 조치 채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어깃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EU는 공동 예산에서 헝가리에 할당된 기금의 상당 부분을 동결하면서 압박을 가했다.
결국 심각한 경제 위기와 기록적 인플레이션 등에 시달리던 오르반 정부는 최근 EU 기금 접근을 위한 노력으로 여러 개혁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그러한 조치들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기금 지출 승인을 거부한 것이다.
코로나19 복구 기금 지출에 대한 최종 결정은 다음 달 EU 재무장관들의 투표로 내려질 예정이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