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철도 노사 합의안 강제법 처리…파업 중단 청신호(종합)
'철도노동자 유급병가 의무화'도 하원 통과…바이든 "상원 신속 처리 촉구"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황철환 기자 =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 철도 노조 파업이 미 의회 하원의 기존 합의 강제법안 처리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상원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데다 노조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유급 병가 조항 삽입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남아 있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하원은 30일(현지시간) 철도 파업 가능성을 막는 합의 강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90표, 반대 137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날 표결한 법안은 지난 9월 백악관의 중재에 따라 노사가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당시 철도 사용자 측과 12개의 주요 철도 노조 지도부는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4개 노조의 표결에서 합의안 수용이 부결된 바 있다.
잠정 합의안은 향후 5년에 걸쳐 임금을 24% 인상하고, 매년 1천 달러(약 132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잠정 합의안 부결로 다음 달 9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12개 철도 노조는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경고한 상태다.
하원의 표결 처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는 전날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를 만나 철도 노조 파업을 막기 위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미국의 철도가 멈춰 서면 물류 이동이 전면 중단돼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미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철도 노조가 파업하면 미 화물 선적량의 약 30%를 마비시키고, 이미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등 미 경제에 하루 20억 달러(약 2조6천억 원)의 손실을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백만 명의 출퇴근 철도 승객의 발도 묶이게 된다.
미 의회는 헌법 제1조 제8항에 따라 주(州) 간 통상을 규제할 권한에 입각해 철도 노사에 합의안을 강제할 수 있다.
유급 병가 조항 삽입 여부도 관심사다.
철도 노조는 잠정 합의한 도출 당시 15일간의 유급병가 보장을 요구했지만, 합의안엔 개인 유급휴가 1일을 추가로 부여하는 내용만 포함됐다.
이에 하원은 7일간의 유급 병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놓고 이날 별도의 표결을 진행해 찬성 221표, 반대 207표로 역시 가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은 미국 철도노동자에게 유급 병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철도 노동자를 위해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며 "누구도 의사를 만나야 하거나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아플 때 집에 머무른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는 위험에 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방안이 상원을 통과해 확정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철도 사용자와 미 상공회의소는 잠정합의안의 수정에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정 없는 잠정합의안 시행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하원은 유급 병가 방안 투표 결과를 포함해 이날 처리한 법안을 상원에 보낼 예정이다. 상원의 표결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합의 시한인 9일보다 이전인 이번 주말부터 철도 노조가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할 예정이어서 상원 처리가 시급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처리 직후 성명에서 "압도적인 초당적 표결은 철도 폐쇄가 우리 경제와 가정에 파괴적일 것이라는 데 양당이 동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상원도 신속히 처리해 법안을 자신의 책상으로 가져오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이 이번 주 투표하지 않으면 "철도는 이르면 이번 주말에 식수를 정화하기 위한 화학약품 같은 중요한 물질의 이동을 중단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자동차 공급망과 식료품을 식탁으로 가져가는 능력, 석유 정제소에서 유해폐기물을 제거하는 능력이 중단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철도노동자 유급휴가 의무화와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말에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이 유급병가를 받는 걸 지지하지만 "이번 법안이 본인 책상에 오르는 것을 지연시키는 어떤 법안이나 수정안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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