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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다 두개골 소장 파리 인류박물관, 유해 신원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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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다 두개골 소장 파리 인류박물관, 유해 신원 은폐 의혹
"식민지 독립투사 등 유해 다수 확인하고도 송환 피하려 비공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프랑스 주요 박물관 중 하나인 파리 인류박물관(Musee de l'Homme)이 제국주의 시절 전 세계에서 수집한 두개골의 신원을 의도적으로 은폐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박물관 지하에는 수 세기 동안 수집한 인간의 두개골 1만8천여 개가 보관돼 있다.
이중 다수는 옛 식민지였던 나라들에서 가져온 것이다. 19세기 여타 서방 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식민통치에 반발해 봉기한 유색인종 독립투사의 잘린 머리나 고고학 발굴지에서 나온 고대 유골 등을 무더기로 모은 결과다.
당시 유럽 각국에서 두개골과 뇌의 형상이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 운명을 결정한다는 골상학이 유행한 것도 이런 행태가 나타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유럽인과 골격이 다른 타지역 주민을 열등 인종으로 취급해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려던 의도가 내포돼 있는 셈이다.
파리 인류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두개골 컬렉션을 가지고 있지만, 유해의 신원과 관련한 구체적 정보나 습득 경위는 공개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NYT가 최근 입수한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이들 유해 중 일부의 신원을 이미 파악하고서도 지금껏 침묵을 지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NYT가 입수한 문건을 보면 이 박물관이 보관 중인 유해에는 프랑스 식민통치에 맞서 봉기했던 19세기 서아프리카 지역 무슬림 지도자 마마두 라민과 1881년 프랑스 인간동물원에 전시됐던 캐나다 이누이트족 가족은 물론 1910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에서 목숨을 잃은 현지 주민 5명의 두개골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밖에 캄보디아 반군과 오세아니아 지역 원주민, 수족과 나바호족 등에 속한 아메리카 원주민 200여명의 두개골을 수집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여태 해당 자료를 비공개한 이유는 옛 식민지국들을 중심으로 반환 요구가 빗발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0년간 이 박물관에서 일했던 큐레이터 필리프 망네시에는 이미 1989년에 보유 중인 두개골과 관련한 자료를 전산화하면서 수백 건의 '소송 가능성이 있는' 유해를 확인해 거듭 조처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털어놨다.
NYT는 프랑스 인류박물관의 이런 행태는 유해 반환을 위한 절차를 완비한 독일이나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의 다른 박물관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입수 당시의 상황을 크게 따지는 타국의 문화유산과 달리 유해는 후손이란 사실을 증명하기만 하면 별다른 조건 없이 반환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 박물관은 신원 파악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비공개 한 채 '명의가 확인된' 유해만 돌려준다는 정책을 내세워 반환을 가로막아 왔다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 프랑스 인류박물관은 대부분 신원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호주 원주민 두개골 반환을 지연시켜 왔다. 박물관 측은 이번에 존재가 드러난 수족 부족장 '흰 구름'의 두개골에 대해서도 출처가 불분명해 정보를 공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공박물관의 모든 유물을 정부 소유로 규정해 해외 반출시 법률적 승인을 받도록 한 프랑스 정부의 규제도 유해 송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20년간 프랑스가 외국에 반환한 유해는 약 50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프랑스보다 해외 식민지가 훨씬 적었던 독일이 같은 기간 400구가량의 유해를 반환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라고 NYT는 꼬집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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