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곳곳서 '봉쇄 반대' 시위 이어져…"구금자 석방하라"
홍콩·대만서도 연대…'백지 시위' 확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경찰의 단속에도 27일 저녁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새로운 시위가 이어졌다.
홍콩 명보는 28일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어젯밤 베이징의 많은 사람이 량마허 일대를 찾아 촛불과 꽃으로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백지를 들고 불만을 표시했고 현장에 공안이 대거 출동했다"고 전했다.
이어 "광저우 하이주구에서도 많은 사람이 현지 광장에 모여들었고 경찰이 이를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AFP·로이터 통신도 "27일 밤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 항의하기 위해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무런 구호도 적지 않은 A4용지 등을 드는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지 시위는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 때도 등장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하이에서 전날 늦은 오후 시작된 새로운 시위가 밤까지 이어졌다"며 "경찰이 오후 5시 전에 안푸와 우위안 교차로를 봉쇄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지만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은 국가(國歌)와 인터내셔널가(국제 공산당가)를 불렀고 '인민 경찰은 인민을 위한 것이다', '구금자를 석방하라', '인민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덧붙였다.
또한 창수와 우위안 교차로에는 대부분 20대인 약 500명이 모여들었고, 약 10명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손팻말과 백지를 들었다고 전했다.
현장의 목격자들은 SCMP에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면서 일부를 연행해갔다"며 "구호를 외친 이들만 연행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국가 제창을 이끈 한 여성은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을 뿐이다"라며 "그들은 우리에게 발언의 자유조차 주지 않는다. 우리의 목소리는 경청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들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애쓰면서 "집에 가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해라", "에너지를 여기서 낭비하지 말고 집에 가서 네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했다.
명보는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어젯밤에도 상하이 우루무치 거리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신호등도 무시했고 일부는 거리 표지판 '우루무치중루'(烏魯木齊中路)를 떼어내 버렸다"며 "많은 경찰이 몰려와 버스 가득 사람들을 붙잡아 갔다. 경찰이 연행한 이들을 구타하는 영상도 올라왔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전날 저녁 코로나19 사태가 최초로 발발한 우한과 청두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과 대만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홍콩대에서는 전날 오후 학생들이 백지를 든 채 중국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한 연대를 표하는 침묵시위를 펼쳤다.
이어 당일 저녁에는 2명의 학생이 교내에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애도하는 포스터를 붙이려다 학교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자진 해산했다
홍콩대 학생 저널 '언더그래드'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은 중국 본토 출신으로 우루무치 희생자를 애도하는 유인물과 꽃을 갖고 있었다.
대만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도 백지와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어 중국 시위를 지지하는 연대 행사를 벌였다고 명보는 전했다.
앞서 지난 24일 신자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아파트에서는 화재로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루무치는 지난 8월부터 대부분의 지역이 봉쇄된 상태다.
이 화재가 봉쇄 탓에 제때 진화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에서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다음 날 우루무치를 시작으로 26∼27일에는 중국 여러 지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동참한 대학도 50여 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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