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만들어낸 스타" 이주민 출신 伊 하원의원의 두 얼굴
"이주민 인권" 외치더니…가족회사 이주민 착취 드러나 추락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주민 출신의 이탈리아 하원의원인 아부바카르 수마호로(42)가 정계 진출 2개월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족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비리 혐의로 구설에 올랐던 수마호로가 24일(현지시간) 소속했던 녹색·좌파 정당에서 자진 탈당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그는 19살 때인 1999년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와 대학 졸업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2009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연사로 나서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연설 메시지보다 그의 매끄럽고 세련된 이탈리아어 구사 능력이 큰 화제가 됐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면서 수마호로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8년 6월 16일에는 이탈리아 진보 성향 뉴스주간지 '에스프레소' 커버 사진에 마테오 살비니 현 부총리와 함께 나란히 실리기도 했다.
당시는 살비니가 내무장관으로서 반이민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시기였다. 살비니와 대척점에 놓일 정도로 그는 이주 노동자 인권운동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수마호로는 9월 25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새롭게 뽑힌 하원의원 400명 가운데 흑인으로는 유일하게 당선됐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구조선 입항을 장기간 거부하자 이를 앞장서서 규탄하며 국제적인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수마호로가 자진 탈당한 이유로 아내와 장모가 운영하는 이주민 협동조합 2곳(카리부, 에이드)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들 협동조합이 이주민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복하고 정부 지원금을 가로챈 단서를 포착하고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마호로는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영상을 올려 결백을 주장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수마호로는 영상 말미에 근거 없이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는데, "어디 해보라"는 댓글은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의 아내가 명품 옷과 명품 액세서리로 치장한 사진이 SNS에 확산하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수마호로 부부가 최근 수억 원대의 주택을 구매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그가 실제 노동 운동에는 관심이 없고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썼다는 주변인들의 증언도 속속 나왔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수마호로는 TV와 SNS가 만들어낸 스타"라며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대중의 이미지와 실제의 그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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