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도 흔들리는 화웨이 입지…조직도 축소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수년간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은 화웨이의 유럽 시장 내 입지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과거 유럽에서 위세를 떨치던 화웨이는 현지 시장에서 위상이 흔들리자 조직까지 축소하고 있다.
화웨이가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를 막기 위해 유럽 내 로비 활동의 중추 조직으로 활용하던 벨기에 브뤼셀 사무소는 독일 뒤셀도르프의 유럽 본부로 사실상 합쳐졌고,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지에서 홍보 업무를 맡던 현지인 중 일부는 이미 사직했다.
이런 기류는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의 딸 멍완저우(孟晩舟)가 2년 반 넘게 캐나다에서 가택연금을 당하다가 석방돼 작년 9월 중국으로 돌아온 뒤 오히려 가속화하는 양상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세계 선도의 욕망을 비우고 내수 시장에 집중하려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웨이는 한동안 유럽에서 친근한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면서 통신장비, 휴대폰 등 영역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그러나 안보 위협을 거론하며 견제에 나선 미국이 2019년부터 제재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다만 미국과 특수 관계에 있는 영국조차 2020년 초반에는 미국 반대에도 화웨이에 5G 인프라 건설에 참여를 허용할 듯한 입장을 보이는 등 한동안은 미국의 견제가 어렵게나마 헤쳐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영국도 입장을 바꿨고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등 적잖은 유럽 국가들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금지했다.
실제 리서치 업체인 델오로에 따르면 유럽 내 5G 도입 초기에는 화웨이가 경쟁 업체를 앞섰지만 이미 작년 초 스웨덴의 에릭슨이 신설 무선접속망(RAN) 점유율 선두로 올라섰다.
올해 2분기에는 에릭슨이 41%에 달했고 화웨이는 28%에 그쳤다.
게다가 미국의 또 다른 제재로 구글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이용이 제한되면서 화웨이는 스마트폰 판매에서도 어려움에 빠졌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추가적인 악재가 이어졌다.
유럽 통신시장 전문가인 존 스트랜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러시아 가스와 중국의 통신 중 과도한 의존이 불러올 해악이 더 큰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폴리티코는 화웨이가 아직 유럽 시장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면서 화웨이에 여전히 우호적인 헝가리에서는 올해 9월 화웨이 주최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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