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 2년 전 회귀…보유세·공시가격 떨어진다
주택 내년 공시가 올해보다 낮고 2020년보다는 높을 듯
보유세 올해보다 줄지만 2020년 수준은 추가 인하 방안 필요
잠실 주공5, 공시가격 23% 하락시 보유세 2020년보다도 낮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22일 공청회에서 내년도 주택·토지 등 부동산 공시가격(공시지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하면서 내년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하락하는 곳이 많을 전망이다.
올해 상당지역의 집값이 하락한 데다 현실화율까지 2년 전으로 회귀하면서 대부분의 내년 주택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떨어지고, 보유세 부담도 올해보다 낮아진다.
정부는 내년도 보유세를 세부담이 급증하기 시작한 2020년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인데, 이를 위해선 현실화율 조정 외에 내년에도 공정시장가액비율 특례 등 세부담 완화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 현실화율 2년전 회귀…"내년 공시가격 올해보다 낮고 2020년보단 높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개별 주택마다 다르지만 아파트 등 내년도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올해 71.5%에서 내년에는 2020년 수준인 평균 69.0%로 낮아지게 된다.
금액대별로는 9억원 미만은 올해 69.4%에서 2020년 68.1%로, 9억∼15억원 미만은 75.1%에서 69.2%로, 15억원 이상은 81.2%에서 75.3% 떨어진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최근 2년 새 현실화율 상승폭이 적었던 만큼 인하폭도 상대적으로 크진 않다.
올해 단독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58.1%로, 2020년 수준으로 낮추면 평균 53.6%로 내려간다.
9억원 미만 단독은 54.1%에서 52.4%로, 9억∼15억원 미만은 60.8%에서 53.5%로, 15억원 이상은 67.4%에서 58.4%로 각각 떨어진다.
결국 현실화율을 2020년으로 되돌리면서 9억원 미만 중저가 주택보다는 절대 현실화율이 높고 최근 상승폭도 가팔랐던 15억원 초과 고가주택과 9억∼15억원 미만 주택 순으로 공시가격 인하폭이 커지는 셈이다.
토지의 현실화율도 용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평균 71.6%에서 2020년 65.5%로 내려간다.
국토부는 주택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공시가격이 집값이 하락한 곳이 많고, 현실화율까지 2020년 수준으로 낮추면서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의 경우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떨어지는 곳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 새 현실화율 제고분이 높아 2년 전으로 현실화율을 되돌려도 공시가격이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지진 않는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82.6㎡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22억6천600만원으로, 현재 실거래 가격(23억원)을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적정 시세'라고 가정하고, 현실화율을 2020년(9억원 초과 평균 75.3%)으로 낮추면 내년 공시가격은 17억3천200만원 선이 될 전망이다.
올해 이 아파트 공시가격보다는 낮고, 2020년(16억5천만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강남구 대치 은마 아파트 전용 84㎡ 역시 올해 공시가격이 18억8천만원인데 2020년 수준으로 현실화율을 떨어뜨리면 내년 공시가격(적정 시세 23억5천만원 가정)은 17억7천만원 정도로 올해보다 떨어지지만 2020년 공시가격(15억3천300만원)보다는 높다.
◇ 대치 은마·잠실 주공5, 작년보다 4.8%·36%↓…보유세 2020년 복귀 여부는 세부담 완화 방안에 달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내년도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율 회귀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공시가격이 2020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세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세금 인하 방안을 마련중이다.
종부세는 이미 올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춰놓은 상태다.
재산세는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주택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60%에서 45%로 낮춰주는데 내년 재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
신한은행 우병탁 WM컨설팅센터 팀장에 의뢰해 아파트 내년도 보유세를 추정해본 결과 내년도 1주택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올해(45%)보다는 높은 50%로 낮춘다고 가정할 경우, 대치 은마 전용 84㎡는 내년도 보유세가 696만원 선으로 올해(730만9천원)보다 4.8% 하락할 전망이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내년과 올해 60%로 동일한 상태에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45%에서 내년에는 50%로 올라간다고 가정한 것으로, 현실화율과 과표 일부 조정만으로 2020년 보유세(565만원)로 떨어지진 않는다.
같은 조건으로 잠실 주공5단지 내년도 보유세는 668만원으로 올해(1천50만원)보다 3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0년 보유세(837만원)보다도 낮은 것이다.
올해 실거래가 하락폭이 크지 않은 대치 은마는 내년도 공시가격 하락률이 올해 대비 -5.87%로 예상되는 데 비해 실거래가가 작년보다 수억원 떨어진 잠실 주공은 내년 공시가격 하락률이 -23.6%에 달해 보유세도 2020년보다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0%로 올해(45%)보다 더 낮추면 세부담은 이보다 떨어진다.
종부세는 정부가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 외에 내년부터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및 세율 인하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 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재산세와 함께 종부세도 계획대로 개편되면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병탁 팀장은 "올해 시세 하락폭이 큰 단지는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많이 떨어지면서 보유세 인하폭도 클 수밖에 없다"며 "실제 2020년 수준으로 세부담이 낮아질 지는 법 개정 과정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공시가격 현실화율 재조정안과 재산세 등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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