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러전선 균열?…'폴란드 폭격 러 소행' 젤렌스키에 바이든 일침
젤렌스키 "러시아 쏜 것" 주장 고수…바이든 "증거 아니다" 공개 반박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 것이라고 주장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증거에 입각한 얘기가 아니라며 공개적으로 일침을 날렸다.
친서방 노선을 걷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그를 적극 도와온 미국 정상이 폴란드 피격 사태를 계기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면서 양국간 '반러 전선'에 균열이 생긴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취재진으로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것은 증거가 아니다(That's not the evidence)"라고 답했다.
미국 등 서방이 폴란드를 타격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대공 미사일 낙탄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전히 그 미사일은 러시아가 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근거 없는 말을 한다며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5일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사망했고, 그 즉시 러시아 소행설이 불거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진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소행"이라며 "매우 심각한 긴장고조 행위"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인도네시아 발리 G20 회의장에서 다른 나라 정상들을 불러 모아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면 나토와 러시아간 확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둘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 한 행보로 풀이됐다.
미국 측은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같이 결론을 내린 것은 그만큼 강력한 증거가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질 때부터 나토 정찰기가 해당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됐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도 미국 당국자들은 신속히 자국 언론에 흘렸다.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며 기세 등등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매우 무안한 상황이 된 셈이다. 자국을 적극적으로 돕는 우방 폴란드에 미사일 '오발'을 가해 인명피해를 일으킨 데다 오히려 그 책임을 다른 상대에 전가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자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군의 보고를 토대로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쏜 것으로 믿는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진상 조사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바로 반박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낯을 깎는 모양새가 됐다. 미사일 피격에 대한 본격적인 진상 조사가 이뤄지기 전이기에 바이든 대통령도 기다려줄 만도 했지만, 굳이 참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 악화할 만한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토는 하나의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이 모두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공동대응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이 직접 개입하게 되는 상황은 극도로 경계해 왔다.
가뜩이나 어느덧 9개월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피로감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올겨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종전을 위한 평화협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빼앗긴 크림반도도 탈환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도움을 요청하기만 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마냥 좋은 감정을 가진 것만은 아니라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지난달 미 NBC방송은 6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10억 달러 지원을 결정한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젤렌스키가 자신이 원하는 다른 무기 리스트를 열거하자 버럭 화를 내면서 "감사 인사부터 해라"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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