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선 넘지 말자' 미·중 암묵적 합의…북 도발 대응부터 시작해야
(서울=연합뉴스) 갈수록 고조되는 미중 갈등의 와중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지도자로는 처음으로 14일 발리에서 면대면 회담을 했다. 이들은 전 세계가 분쟁과 경제적 악재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하고, 두 초강대국 사이의 경쟁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3시간 반 동안의 대화에서는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갈등 등 광범위한 주제들이 다뤄졌다고 한다. 회담 결과 발표를 보면 두 사람은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거나 잘라내는 방식 대신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쪽에 무게를 둔 듯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후 "우리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갈등을 원치 않는다"고 한 말이 이를 방증한다. 어떤 공식 합의문이나 성명도 없었지만 '선은 넘지 말자'는 미중 사이의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국내 정치의 중대한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 발리에서 만났다. 바이든은 기대 이상의 중간선거 성적표를 받았고, 시진핑은 3 연임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황이다. 힘이 실린 두 사람이 상황 악화 방지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전 세계인에게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줬다. 두 사람은 이날 회담에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 협상을 재개하고, 각료 수준의 대화 노력 재개에도 합의했다. 당장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등 봉합의 첫 단추를 끼우긴 했지만, 이것이 안정적인 국제 정세 관리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핵심 이슈들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대만은 미중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서의 현상 변경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두 정상이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당국은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강대국 간 대결은 피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북핵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차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더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들(중국)의 의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면서 북한이 계속 도발을 이어갈 경우 미국은 추가적인 방위행위를 취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시 주석과 중국 당국은 북 도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 말대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역량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예상되는 7차 핵실험은 중국의 이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 주석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 주석이 '핵심 중 핵심'이라고 말한 대만 문제는 한반도 긴장과 맞물려 있다. 북의 도발은 한미일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 전략 자산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미중간 이해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북한 문제는 두 정상의 갈등 봉합을 위한 이번 회동의 의미를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일 수 있다. 시 주석이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쪽으로 태도를 변화한다면 동아시아의 긴장 수위는 현저히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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