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에 처분 늘어…부유층 '해외 탈출' 시각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상하이 고급주택의 매물이 쌓이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제일재경이 1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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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중심에 위치한 5천 채 규모의 스마오빈장 단지에서 최근 200 채가 매물로 나왔다.
거래가 많지 않은 이 단지에서 한꺼번에 세 자릿수 매물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단골 고객이 10여 년 전 구매했던 197㎡ 상하이 고급주택을 급매로 내놓으며 연말까지 꼭 팔아달라고 부탁했다"며 "최근 평수가 큰 주택 매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도 "지난달 말 집 주인 3명이 잇따라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놨다"며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건축돼 인기가 많은 주택"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떨어져 호가를 종전보다 200만∼700만 위안( 3억7천만∼13억 원) 내린 매물이 나오고, 900만 위안(약 17억 원)까지 낮춘 곳도 있다.
310㎡짜리 한 주택은 지난 9월 이후 여러 차례 호가 조정을 통해 800만 위안(약 15억 원)을 낮춰 매도가격이 5천만 위안(94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평균 ㎡당 17만∼18만 위안(3천200만∼3천300만 원)인 상하이 고급주택에 비해 이 주택은 ㎡당 15만8천 위안(3천만 원)으로 저렴하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오래된 주택 하락 폭은 더욱 커 쉬후이구의 타이위안 단지 내 주택은 지난달 중순 호가를 900만 위안 낮춘 뒤 이달 초 600만 위안을 더 내린 7천만 위안(131억 원)에 매수자를 찾고 있다.
매도 호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거래는 부진하다.
경제 침체와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라 매수자들이 선뜻 달려들 않고 있어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상하이 고급주택 가격이 내려가긴 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30∼40%가 올랐고, 심지어 2배가량 급등한 곳도 있는 걸 고려하면 최근의 하락 폭은 큰 것이 아니다"라며 "호가를 더 낮춰야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부의 상징이라는 프리미엄과 희소성 때문에 투기 수요가 몰리며 발생한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하이의 경제 펀더멘탈은 여전히 견조하고, 고급주택 물량은 제한적"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귀국하는 외국인들이 내놓거나 단기 자금이 필요한 내국인들이 처분하는 물량 해소 과정을 거치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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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시 주석이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동 부유를 강조하며 '재산 축적 메커니즘 규범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 동요한 부유층이 해외 이주를 위해 자산 처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달 초 쓰촨성 청두의 한 고급 호텔에서 사흘간 열린 이민 컨설팅에 수백 명이 몰려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글로벌 이주 중개 업체인 헨리&파트너스는 3분기 투자 이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홍콩 포함)이 올해 부유층 순유출 국가 순위 톱 5위에 들었다며 중국의 고액 자산가 1만 명가량이 연내 이민을 떠날 것으로 관측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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