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를 가다] ④원희룡 "사우디는 코리아 퍼스트…우리의 준비가 관건"
사우디 교통물류부와 MOU 예정…"원전·방산으로 협력 확대"
"좋은 소식 이어질 것…삼성·현대가 대장 기러기 역할해야"
(리야드=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리아 퍼스트', 한국이 최우선임을 강조하지만 수주 확대의 관건은 우리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에 달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나흘간의 사우디 현지 일정을 마무리한 8일(현지시간) 출장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원 장관은 이날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회장이자 국부펀드(PIF)를 이끄는 야시르 오스만 알 루마이얀 총재와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만났다. 사우디 대형 프로젝트의 의사 결정권자들이다.
나드미 CEO는 '코리안 퍼스트'를 두 차례 언급했고, 야시르 총재는 한국기업이 대거 들어오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원 장관은 "짧은 공기, 사우디인 의무 고용제, 물자 구매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어 기업들의 고뇌가 오히려 깊을 것"이라며 "밑지면서 덜컹 들어갔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 여건부터 철저히 조성한 뒤 도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우디에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기 위해 정부가 내세우는 전략은 '원팀'이다.
원 장관은 "삼성·현대가 대장 기러기 역할을 해야 하지만 두 기업만으론 안 된다"며 "네이버 등 다른 기업과 스타트업까지, 그러니까 큰 돌·작은 돌·모래까지 같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를 반영해 정부와 공기업 22개 대기업이 참여한 이번 수주지원단에도 건설사 11곳과 함께 네이버·KT와 스타트업 7곳이 참여했다.
현지에서 만난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기술에 특히 관심을 보였고, 일부 업체는 따로 초청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원 장관은 "(사우디 발주처에서) 보안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이미 발주를 받아놓고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경우가 있다"며 "크고 작은 좋은 소식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 역시 한팀으로 기업들의 수주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 장관은 "조만간 한-사우디 정상급에서 이벤트가 생긴다면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와 원팀을 구성해 사우디 측에 많은 제안을 할 것"이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 장관은 "정부 대 정부, 정부 대 PIF 또는 네옴 법인이 고위급 레벨에서 큰 틀의 약속을 한다면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질 것"이라며 "지금이 좋은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한-사우디 협력 레벨을 국무총리나 대통령급으로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우디와는 원전, 방산 분야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의 큰 형인 압둘아지즈 에너지부 장관이 한국의 소형 모듈 원전에 관심이 컸다고 했다.
원 장관은 "사우디가 에너지, 방위산업 부분에 대한 미국·유럽 의존도가 높았는데, 한국과 함께 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국토부는 사우디 교통물류부와 미래 모빌리티·도로 분야 업무협약(MOU) 2건을 체결하기로 합의했고, 주택부와는 다음 달 28∼29일 주택부 장관 방한 때 스마트시티와 주택공급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하기로 했다.
사우디 경제기획부의 파이샬 알 이브라힘 장관과 파이샬 빈 압둘아지즈 리야드 시장은 원 장관과의 면담을 먼저 요청해오기도 했다.
원 장관은 "사우디 장관들이 밤에도 퇴근하지 않고 일하며 먼저 만나자고 요청하는 걸 보니 야심 찬 비전과 맨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며 "30년, 50년의 장기 계획을 갖고 대형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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