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우크라 전쟁에도 '핵군축 협정' 논의 재개 합의
美국무부 "뉴스타트 협정 관련 양자협의위 곧 소집"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세계 2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과 관련한 논의를 재개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뉴스타트 협정 관련 사항을 다루는 양자협의위원회(BCC)가 조만간 소집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뉴스타트 협정에 따라 BCC가 가까운 시일 안에 만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BCC가 하는 일은 기밀이지만 우리는 건설적인 회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BCC는 원래 매년 두 차례 소집되지만, 작년 10월 마지막으로 열린 뒤로는 1년 넘게 일정이 잡히지 못하는 상태였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실전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 운반체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1년 2월 발효한 이 협정은 작년 만료될 예정이었다가 양국 합의로 5년간 연장됐지만,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나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추가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위협과 별개로 러시아 정부가 핵통제 조약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을 미 당국자들이 긍정적인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뉴스타트 협정 재연장을 논의할 의향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핵무기 관련 시설에 대한 현장 사찰이 재개돼야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트 협정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상대국 핵무기 관련 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해 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여파로 2020년 3월부터 관련 활동이 일시 중단됐고, 올해 8월에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 반발한 러시아가 자국 핵시설에 대한 사찰 재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다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대러제재와 뉴스타트 관련 논의 재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정당하지 않은 전쟁의 결과로 부과된 (제재) 조치가 러시아 사찰관들이 미국에서 뉴스타트 협정을 수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러시아에 분명히 했다"며 "따라서 우리는 BCC 회의를 통해 사찰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인 회의 날짜와 장소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BCC 회의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도 해당 회의가 중동에서 열릴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동안 회의장소로 쓰였던 스위스를 러시아가 더는 중립국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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