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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위 봉쇄된 COP27, 최악 기후재앙 논의에도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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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위 봉쇄된 COP27, 최악 기후재앙 논의에도 잠잠
이집트 당국, 시위 사실상 원천봉쇄…"환경운동가들 아예 입국포기하기도"
일본 홍보관 "'원전사고' 후쿠시마 환경 복원" 홍보



(샤름 엘 셰이크[이집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지구촌의 기후재앙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7일(현지시간) 정상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개막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고 지도 온도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현실을 개탄하며 "지옥행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수면 상승 기후재앙의 피해를 체감하고 있는 도서국가연합(AOSIS)의 콘도르 훈트 부회장은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당신들 나라로 이주한 기후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해 여기 왔다"고 하소연했다.
파키스탄의 대홍수나 4년 연속 가뭄으로 기아에 직면한 동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은 이런 우려의 목소리와 섞여 그동안 선진국의 반대로 무산됐던 '손실과 피해' 문제의 정식 의제화가 성사됐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위기의식 속에 열리는 총회는 고요하기만 하다.
주최국인 이집트가 COP 행사 때마다 등장했던 환경 운동가들의 시위를 사실상 원천 봉쇄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당국이 환경 시위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정작 누구도 시위 허용 장소가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
또 당국은 최소 36시간 전에 시위 계획을 통보하도록 했다.
샤름 엘 셰이크 토니노 람보르기니 국제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마련된 COP27 행사장에는 4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이지만, 기후변화 회의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던 시위대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한 환경운동가는 "이집트 당국이 시위를 사실상 할 수 없도록 해 많은 운동가가 이번 총회에 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각국 홍보부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진행 상황과 친환경 기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홍보관은 한쪽 벽면을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각 산업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친환경 기술을 소개하는 홍보물로 장식했다.
홍보관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한국의 친환경 기술에 관심을 가진다"며 "문화 행사는 아니지만 친환경 기술과 함께 K팝 가수에 관해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 홍보관도 역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대체하는 모터 기술,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탄소 중립화 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 홍보관은 또 11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사고를 겪었던 후쿠시마가 대대적인 오염제거 작업과 환경 복원 사업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한 아시아 국가 홍보관 담당자는 기후 위기를 표현한 상징물이 전혀 없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나마 기후 및 환경 위기를 감지할만한 조형물들은 주 행사장 인근에 마련된 그린 존(Green Zone)에서 볼 수 있다.
이곳은 플라스틱병과 폐드럼통, 폐타이어 등 폐기물만을 이용해 기후변화 등으로 서식지를 잃고 신음하는 멸종위기 야생 동물 등의 형상으로 꾸며졌다.

그린 존 관계자는 "이곳을 꾸미는 데 사용된 재료는 모두 폐기물들"이라며 "동물들이 처한 멸종 위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쓰고 버리는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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