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극우 손잡고 총선 승리 확정…1년반만에 총리 복귀(종합)
우파진영 64석 vs 반네타냐후 진영 51석…단독 정부구성 가능
성소수자 정책 등 손볼 듯…"레바논 해상경계 등 현정부 외교성과는 계승 전망"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73) 전 총리가 극우 정당의 도움을 받아 1년 반 만에 다시 총리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총선 개표 결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진영이 120석의 크네세트(의회) 의석 중 절반이 넘는 64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우파 블록의 정당별 의석수는 네타냐후가 대표로 있는 리쿠드당이 32석,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이 14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 11석,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7석이다.
반면 반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했던 정당들의 의석수는 51석에 불과하다.
반네타냐후 연정 설계자인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이끄는 예시 아티드 24석,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 주도의 국가통합당 12석, 세속주의 우파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이누 6석, 아랍계 정당 라암은 5석이었다.
한때 이스라엘 정계를 주도했던 노동당은 원내 진출을 위한 최소 득표율(3.25%)을 겨우 넘겨 4석을 확보하는데 그렸고, 좌파 정당 메레츠는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해 의석 배분도 받지 못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선거에서 좌파 정당의 부진이 우파 진영의 넉넉한 과반 의석 확보를 도운 셈이 됐다. 노동당 등 좌파 정당들은 라피드 현 총리의 선거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반네타냐후 연정에 밀려 실권했던 네타냐후는 우파 정당만으로 연정을 꾸리고 1년 반 만에 총리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라피드 총리는 네타냐후 전 총리에게 전화로 축하 인사를 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네타냐후의 성공을 빈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네타냐후의 총리 복귀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이다.
이 당은 지난해 3월 총선에서 6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의석수가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원내 3대 정당이자, 우파 진영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이 됐다.
네타냐후는 2019년 4월부터 치러진 4차례 총선 후 우파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반대파 소수정당의 반란에 밀려 총리 자리까지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극우 세력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은 물론 우파 정당만으로 안정적으로 연정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우파와 중도 좌파 정당이 뒤섞여 출범했다가 1년만에 무너진 현 반네타냐후 연정과는 상황이 다르다.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이름 그대로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유대 민족주의 운동)을 바탕으로 한 극단적 민족주의를 표방한다.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여기는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옹호하고 궁극적으로는 팔레스타인 병합을 목표로 삼는다. 성 소수자도 배격한다.
차기 이스라엘 연정의 팔레스타인 및 아랍권 정책이 더 극단적으로 바뀌고, 성 소수자 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등 서방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 있다.
통상 연정 논의는 대통령의 총리 후보 지명 후에 이뤄지지만, 우파 진영은 축제 분위기 속에 개표 종료 전부터 본격적인 연정 논의에 들어갔다. 현 연정의 수명을 하루라도 단축해야 한다는 네타냐후 전 총리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특히 우파 진영은 동성애자 전환 치료 금지, 성전환자용 약품의 공공보건 시스템(건강보험과 유사) 적용 등 현 연정에서 단행한 성 소수자 관련 정책을 바꾸는 논의에 착수했다고 리쿠드당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다만, 레바논과의 해상 경계 획정과 '아브라함 협약'의 확장으로 인식되는 튀르키예와 관계 정상화 등 현 연정의 외교성과는 차기 정부에서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루살렘 포스트는 전망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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