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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예상보다 매파' 연준에 한국 증시 위축 우려"
파월 '금리인하 전환 시기상조' 발언 "시장에 큰 부담"
"한국도 금리인상 불가피"…'0.5%p 인상' 전망에 힘 실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송은경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과 달리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채권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올렸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3년여 만에 1.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연준의 이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 고려는 "매우 시기상조"라고 발언하는 등 내놓은 메시지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매파적이었다.
이에 지난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2.5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3.36%)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며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준의 매파적 태도에 국내 증시가 받을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당분간 지수가 저조한 박스권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내부에선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美 최종금리 더 높아진다는 부담"…투자심리 얼어붙나
미국 연준의 11월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결정은 그동안 시장이 충분히 예상해온 부분이었지만 문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FOMC 이후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제시된 4.6%를 넘어 5%에 육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며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 방침임을 확인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 중 최종금리를 높인다는 말이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이라면서 "최종금리가 더 높이 올라간다는 것은 긴축의 강도가 더 높게 이어진다는 뜻이라 시장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의 '보폭'은 줄이겠지만 횟수가 늘고 긴축의 기간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도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시장은 미국이 올해 12월에는 기준금리 인상 폭을 줄이고 내년에는 멈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오래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라고 우려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연준의 관심사는 확실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있는 것 같다"며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소됐다는 확실한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는 긴축을 끝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시장이 (미 연준의 매파적 태도를) 전혀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주식시장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 "증시, 실망에 당분간 박스권"…"코스피, 2,000선 초반까지 갈 수도"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의 매파적 태도에 국내 주식시장이 실망에 빠져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에서 이날 미국 연준의 메시지는 "시장에 당연히 충격이 된다"며 "코스피는 직전 저점인 2,150선을 하단으로 하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뿐 아니라 느린 인플레이션 진정 속도나 경기둔화 심화 현상 등 최근 주식시장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은 지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팀장도 "미국 연준이 강경한 기조를 보이면서 시장은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그나마 지난달부터 나타났던 위험자산 선호현상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 역시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통화정책에 따른 지수의 등락이 반복되는 와중에 경제지표까지 부진한 상황이면 연말이나 내년 초 코스피가 2,000선 초반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의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서상영 연구원은 "시장이 실망하겠지만 이번 주부터 미국 10월 고용보고서 및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FOMC 의사록 공개, 미국 중간선거 등 빅 이벤트가 연이어 예정돼 있다"며 "시장은 이 이벤트들 속에서 강세 모멘텀을 찾으며 지수는 계속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준의 매파적 메시지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악재라는 분석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단기적으로 약세 압력이 우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시장에서 약세는 채권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을 뜻한다.
아울러 "올해 한 번 남은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높아진 미국 기준금리를 따라잡기 위해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판단했다. 현재 1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크게 '50bp 인상'과 '25bp 인상'으로 갈린 상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사실 한국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모두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이 긴축속도를 조정하지 않아 환율이 불안해지면 한국으로서는 경기를 포기하고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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