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7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수출마저 감소…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무역적자 행진 속에 근근이 버티던 수출마저 꺾였다. 지금까지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늘어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 증가세가 더 가팔라 무역적자가 발생했는데 지난달에는 아예 수출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통상산업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524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 단위 수출이 줄어든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수입은 오히려 9.9%나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도 지난 9월의 근 두 배인 67억 달러에 달하면서 1~10월 누적 적자는 356억 달러로 확대됐다. 이 또한 역대 최대치이다. 올해 연간 무역적자가 500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감소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경제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악재 하나가 더 보태진 것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이 너무 크다. 보호 무역 확산 등으로 수출·수입이 모두 둔화한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실제로 수입은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천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는데도 수출이 줄어든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방증이다. 며칠 전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는 환율 상승이 2, 3분기의 무역적자 폭을 20억 달러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 효과가 없었다면 적자 규모가 더 컸을 것이라는 얘기다. 무역적자가 계속되면서 지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도 한 달 사이에 200억 달러가량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외환 위기 재발을 막을 핵심 방어 무기인 수출과 외환보유액의 동반 감소는 우리 경제가 점차 위험한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무역적자 확대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의 악화가 결정적 요인이다. 산업부는 "수출 증가세 둔화와 무역 적자는 제조 기반의 수출 강국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면서 프랑스,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하면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외부 환경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철강, 석유화학까지 두 자릿수의 수출 감소율을 보인 것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도 이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최근 무역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 활력 제고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범정부 차원에서 좀 더 비상한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세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우선 주력 수출 품목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우리 내부의 구조적 요인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 개선 방안을 찾고 필요하면 국회에도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같은 방어적 대책뿐 아니라 수출 기업지원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국민들의 위기 극복 동참을 유도하는 노력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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