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복장 착용 등 20명 체포…인권단체 "차별·탄압 멈춰라"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이성의 옷을 입고 핼러윈 행사에 참석한 성소수자 등 20명이 체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주말 쿠알라룸푸르에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단체가 참여한 핼러윈 행사를 해산하고 20명을 이슬람법 위반으로 체포, 전날 18명을 신문했다.
체포된 이들은 이성 복장 착용, 악덕·비행 조장, 공공장소에서의 음란 행위 등의 혐의를 받았다.
한 참석자는 "경찰의 지원 속에 종교 담당 당국자 약 40명이 행사 현장에 나타나 춤과 음악을 중지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은 현장에 있던 약 1천명 중 무슬림을 고르고, 성별과 다른 복장을 한 사람 등 20명을 잡아갔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과 체포는 말레이시아에서 지난 수년간 성소수자에 대한 편협성이 심해지고 있다는 LGBT 활동가들과 인권단체의 우려 속에 이뤄졌다.
한 인권변호사는 "이번에 체포된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야당 정치인 카를레스 산티아고도 이번 핼러윈 단속은 소외된 공동체에 대한 괴롭힘이라고 비판하며 "우리는 언제쯤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에는 이중적인 법체계가 존재한다. 전체 국민에게 적용되는 민법 외에 무슬림에게 적용되는 이슬람 형법과 가족법이 별도로 있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이슬람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주법이나 주 헌법에 근거해 일반 법원과 별도로 설치된 샤리아(이슬람법) 법원이 무슬림을 대상으로 이슬람교 의무 위반이나 범죄 등을 심판한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