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 판결 4년…日언론 "韓재단 대납 놓고 조율"
"연내 결론 목표…韓, 日기업 재단 출연 놓고 교섭 태세"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고 첫 확정판결을 내린 지 30일로 4년이 지났다.
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피고인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납하는 방안을 놓고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결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금까지 부상한 것은 '대위변제'와 '병존적 채무 인수'로 둘 다 한국의 재단 등이 (일본 기업의) 채무를 사실상 떠맡는다"며 "후자(병존적 채무 인수)는 재단 등이 일본 기업과 계약해 채무를 인수해 원고(징용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한일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윤석열 정부는 배상금을 한국의 재단이 떠맡는 안을 축으로 일본 측과 교섭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통신은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채무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면서 재단이 배상금에 상당하는 기부금을 한국 기업 등으로부터 모집해 원고에게 지불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산케이신문도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징용 소송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재단이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인수하는 방안을 축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부 원고가 일본 기업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 정부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재단 기부금 출연 여부를 놓고 일본 측과 교섭할 태세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에 대해 재단에 자금 거출(갹출)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애초에 배상을 대신하는 방안(대위변제)을 검토했지만, 여론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해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부금을 모아 배상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은 그동안 외교 당국 간 협의에서 옛 징용공(강제노역 피해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 배상 이행을 거부하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도 일정한 부담이 필요하다고 전달했으며 양사가 배상액과 같은 금액을 '기부' 등의 명목으로 거출하는 안을 물밑에서 타진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는 추측성 보도이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지난 26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후 한국 매체와의 간담회에서 "최근 언론에 강제징용 관련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특정한 방안과 시한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도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사실상 부인하면서 징용 배상 문제 해법과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특정 하나의 방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일본 기업의 재단 기부를 의미하냐는 질문에는 "호응 촉구는 피해자의 의견, 즉 사죄라든가 사죄의 주체라든가 사죄의 수위라든가 그런 것을 포함해 일본과 협의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계속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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