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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안전하다' 기사 낸 애경·SK 뒤늦게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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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안전하다' 기사 낸 애경·SK 뒤늦게 고발
'인터넷 기사는 광고 아니다' 봤던 공정위, 헌재 위헌 판결에 부랴부랴 재조사
증거도 없이 "인체에 무해하다" 거짓·과장 광고…과징금 1억1천만원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 기사를 통해 독성 물질을 함유한 자사 가습기살균제를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과장 광고한 애경산업[018250]과 SK케미칼[285130](현재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006120]로 분할)을 뒤늦게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전원회의에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7천500만원과 3천5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기로 하고, 각 법인과 애경 안용찬 전 대표이사,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를 당일 검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두 회사에는 재발 방지 시정명령과 제재 사실 공표 명령, 광고 삭제 요청 명령도 부과한다.
공정위는 2018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조사 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이를 위헌으로 결정하자 부랴부랴 재조사에 나서 약 한 달 만에 제재했다.
보수적으로 보면 이 사건 처분시효가 이달 30일 만료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검찰이 공정위와 같은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판단할 경우, 이달 30일까지 피고발인들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 증거도 없이 "인체에 무해하다" 광고…폐 질환 등 피해 유발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CMIT/MIT 성분을 포함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상호 협의로 개발해 2002년(솔잎향)과 2005년(라벤더향)에 각각 출시했다.
애경은 신제품 출시 당시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런 내용이 2002년 10월(솔잎향·2건)과 2005년 10월(라벤더 향·3건)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당시 해당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었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였다.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안전성 근거로 주장된 서울대 실험보고서에서도 유해 가능성이 확인됐고,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흡입·섭취 시 피부점막 및 체세포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LD50"(공기 중에 0.33㎎/L 상태로 4시간 노출되면 실험용 쥐의 50%가 사망한다는 의미)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가습기메이트는 영국 전문기관 헌팅턴 라이프에서 원료물질의 저독성을 인정받았다고 광고했으나 관련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환경청(EPA) 자료 등에서도 CMIT/MIT 성분은 급성독성이 상당히 높고 특히 피부 및 안구 자극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소비자 다수가 폐 질환 등 인체 피해를 겪었다.
공정위는 "광고에서 주장하는 사실에 관한 사항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며 "애경과 SK케미칼이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애경과 SK케미칼에 관련 매출액의 2%(표시광고법상 과징금 한도)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되, 2018년 애경 등을 제재할 때 이번 사건을 병합 심사했더라면 과징금이 감경됐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10% 감경했다.



◇ 헌재 위헌 결정에 부랴부랴 재조사…공정위 "아프게 생각"
이번 공정위 제재는 만시지탄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 일찍 부당 광고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2년 PHMG/PGH 성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옥시 등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했으나, CMIT/MIT 성분 제품을 판매한 애경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부당 광고 혐의로 신고했을 때는 신문 지면 광고와 인터넷 기사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문 광고는 1999년 판매가 종료된 제품에 관한 것이고, 인터넷 기사는 광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홈페이지 광고 등에 대해서도 '인체 위해성 연구·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결론 없이 심의를 종료했으나, 이 부분은 환경부가 인체 위해성을 인정한 뒤 재조사해 2018년 2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제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공정위가 인터넷 기사 3건에 대해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심의 절차까지 나아갔더라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부과됐을 가능성이 있고 고발, 형사처벌도 이뤄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런 헌재 판단이 나온 뒤에야 재조사에 착수해 이달 7일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이 사건 처분시효 및 공소시효가 이달 30일 만료된다고 보고 속전속결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상당히 늦어졌다"며 "헌재가 결정한 취지 정도의 조금 더 적극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것은 저희도 아프게 생각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조금 더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 2018년엔 '공소시효 만료' 불기소…애경·SK '부당 광고' 재판받나
공정위의 이번 고발로 애경과 SK케미칼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2018년에도 가습기살균제 부당 광고 혐의로 두 기업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4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상품 수거 등 시정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위법 상태가 계속된다고 판시한 만큼, 이번에는 검찰의 판단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경과 SK케미칼은 2011년 8월부터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중단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제품 수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3∼2017년에도 제품이 유통되거나 소매점에 진열된 바 있고, 2017년 10월 31일에도 제품 구매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를 토대로 5년의 처분 시효가 최소 이달 30일까지는 유지된다고 봤다.
검찰이 공정위와 같은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면 이달 30일까지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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