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낵 총리 "트러스 잘못 바로잡을 것"…헌트 재무장관 유임(종합)
찰스 3세 알현 후 임명…"경제위기에 경제안정·신뢰가 핵심 의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의 리시 수낵 신임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했던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또 '트러스 충격' 대처를 위해 긴급히 투입됐던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을 비롯해 외무, 국방 등 핵심 각료들을 유임해 안정을 꾀했다.
수낵 총리는 집권 보수당 대표로 선출된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오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제57대 총리로 임명된 뒤 관례대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첫 대국민 연설을 했다.
수낵 총리는 "성장 추구는 숭고한 목표이지만 리즈 트러스 총리는 몇 가지 잘못을 했고 나는 이를 바로 잡으라고 총리로 뽑혔다"며 "즉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고 코로나19 여파도 남아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 에너지 시장과 공급망이 불안정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안정과 신뢰를 정부 핵심 의제로 삼을 것이며, 이는 앞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코로나19 때 실직을 막기 위한 유급휴직 지원제도를 펼치는 등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면서 "한계는 있겠지만 현재 어려움에도 그때와 똑같은 연민을 가질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수낵 총리는 한편으론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지금 빚을 갚기 어렵다고 해서 다음 세대로 떠넘기진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업적을 치켜세우는 동시에 2019년 총선 승리가 존슨 개인의 것이 아니라 보수당 전체의 몫임을 시사했다.
당시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부여한 임무를 실행하겠다면서 무상의료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 강화, 교육 개선, 치안 강화, 국경통제, 환경 보호, 국방강화, 균형 발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기회를 활용한 경제 발전을 들었다.
수낵 총리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겁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백인이자 210년 만에 가장 젊은 총리이며 지난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후 즉위한 찰스 3세가 임명한 첫 총리다.
수낵 총리는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과 제임스 클리버리 외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을 유임하는 등 내각 인선을 시작했다.
헌트 장관은 31일 예산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교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또 지난번 선거 때부터 수낵 총리를 지지하기도 했다.
헌트 장관은 트러스 전 총리 임기 막판에 투입돼 트러스 전 총리의 정책을 모두 뒤집어엎었다.
내무장관에는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이 사임한 지 1주일도 안 돼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보수당 우파로 분류되는 브레이버먼 장관은 개인 이메일로 중요 문서를 보냈다가 물러났으며 이번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아니라 수낵 총리를 지지했다.
이번 선거 출마를 준비하다가 막판에 접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도 자리를 지켰다.
존슨 전 총리 시절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이던 도미닉 라브도 같은 자리를 맡았고 산업부 장관에는 그랜트 섑스 전 내무장관이 임명됐다. 이들은 수낵 캠프 주요 인사들이다.
앞서 트러스 전임 총리는 마지막 내각 회의를 하고 총리실 앞에서 연설을 한 뒤 찰스 3세를 만나 사임을 보고했다.
그는 이날 회의와 연설에서 자신의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이 옳다고 거듭 강조하고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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