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쏠린 韓반도체 투자…"美수출규제 유예에도 타격 불가피"
삼성 美투자액은 中 5분의 1…SK하이닉스, 美에 공장 없어
김회재 의원 "정부 적극적 통상정책으로 美 차별적 조치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미국이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등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간 미국보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온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8억달러로 중국 투자 규모(170억6천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SK하이닉스는 중국에만 249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설립해 2019년 생산라인과 후공정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2018년에는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도 착공했다.
또한 지난 2013년에는 중국 충칭에 낸드 후공정 시설을 구축했다.
반면 미국에는 신규 반도체 팹(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 아직까지 없으며, 2026년에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게 전부다.
삼성전자는 1996년 중국 쑤저우에 D램 후공정 시설을 구축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상하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건설하며 투자를 확대해 왔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 및 R&D 법인을 설립했지만 총 투자 규모는 중국보다 훨씬 적다.
최근 미국 정부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공장은 1년간 건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두 회사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유예 기간이 1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해온 중국 공장의 장기 설비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수요 시장이고, 지정학적인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그간 투자가 집중됐다"며 "1년이 지나면 다시 수출 통제 심사 대상이 될텐데,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에 교체해야 하는 반도체 장비의 경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으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16일 당 대회 개막식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가속해 핵심기술 공방전에서 결연히 승리하겠다"며 반도체 등에서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시도하는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최근 10년간 중국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공장을 구축해온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삼성SDI[006400] 등 배터리 기업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으로 투자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대중 투자 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 6조5천억원, SK온 3조4천200억원, 삼성SDI 2천900억원이다.
다만 배터리 3사는 그간 미국에서도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해온 덕분에 반도체 업계보다는 상황이 낫다.
미국 투자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은 9조8천934억원, SK온은 7조1천300억원으로 중국보다 크다. 삼성SDI는 자체 미국 공장이 없지만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김회재 의원은 "수조원대 투자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통상 정책을 통해 이차전지·반도체와 관련한 미국의 차별적 조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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