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이용자는 잡은 물고기?…카카오, 안주할 것인가
다시는 '초심 복귀' 약속할 일 없어야 국민 신뢰 회복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지난 일주일은 카카오[035720] 창사 이후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위기는 평화로웠던 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갑자기 찾아왔다. 카카오 메인 서버가 입주한 SK 주식회사 C&C 판교 데이터센터 전기실의 배터리 하나에서 스파크가 일며 시작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다.
이 불로 서버에 전원이 차단되면서 시작된 장애 사태는 긴 데다가 폭넓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약 10시간 동안 완전히 멈춰 섰다. 카카오톡 서비스 이래 12년여간 가장 오래간 장애다.
선물하기, 택시와 내비게이션, 송금, 메일 등 일상 깊숙이 들어온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를 잘 사용하던 이들도 멈춘 화면을 하염없이 바라봐야 했다.
화재의 책임 소재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선 비판 여론은 카카오에 몰렸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카카오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터이고, 같은 데이터센터를 사용하는 네이버 등과 피해 범위와 복구 속도 등에서 비교되면서다.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쏟아졌고, 정부는 연달아 머리를 숙이며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은 이 사태와 관련해 두 차례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를 사실상의 '국가기반통신망'으로 칭하며 '독점'에 따른 시장 왜곡 문제 대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사태 나흘만인 19일 카카오 남궁훈 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비스 장애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했다. 카카오는 홍은택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이날부터 피해 사실 접수 등 사태 수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카카오는 회사 전체가 뒤흔들리는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굳건한 것이 있다. 카카오의 주력 서비스 카카오톡의 사용자 수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평소 3천300만∼3천700만대 사이를 오가던 카카오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사태 다음날인 16일 3천290만 명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1년간의 DAU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카카오톡의 주요 기능이 복구된 17일 곧바로 3천460만여 명으로 급증하며 평소 수준을 회복했다. 18일에는 3천470만여명으로 더욱 늘었다.
10년 넘게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카카오톡의 '록인 효과'가 톡톡히 드러난 것이다. 록인 효과란 이용자가 플랫폼에 묶여 벗어날 수 없는 현상을 뜻한다.
카카오가 이용자를 '이미 잡은 물고기'로 인식하며 면피용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칠까 걱정되는 지점이다.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의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보상 노력에 한 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번 사태 이후 선언한 '초심 복귀'의 진정성도 보여줘야 한다. 이미 카카오는 '초심'을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다.
당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대해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기업으로써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초심이라는 말을 꺼낼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국민은 비로소 카카오가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복구 이후 돌아온 이용자들을 보며 안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카카오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회사로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룬 사업적 성장만 이어가겠다는 욕심도, '설마 또 그렇게 큰 사고가 터지겠어?' 하는 안이함도 모두 버려야 한다. 홍은택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마따나 "고통스럽더라도 철저히" 걸어 온 길을 되짚어봐야 한다.
카카오는 사옥인 판교 아지트 화장실 거울에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 형식으로 적은 문구를 되새기길 바란다.
어떤 길을 택해야 회사가 진정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심해야 할 것이다.
"안주할 것인가?"
"전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럼!"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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