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경제정책에 "실수" 지적, 북아일랜드 협약 놓고도 신경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임 발표와 관련, "미국과 영국은 강력한 동맹이자 영원한 친구로,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여전할 것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트러스 총리의 파트너십에 감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두 나라가 마주한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함으로써 영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동맹으로 불리는 영국 총리의 초단기 사임 발표치고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매우 짧은 데다 내용도 담담하고 형식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트러스 총리의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적지 않은 불만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리건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 등 금융시장 혼란을 가져온 트러스 총리의 경제 정책을 대놓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그것이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CNN은 이런 촌평은 미 대통령이 다른 나라 특히 영국이라는 최고 동맹에 대한 정치적인 논의를 피하는 관례를 깨뜨린 것이라면서 백악관 내부에서 끓어오르던 '트러스표 정책'에 대한 매우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후 대규모 감세안을 던져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영국 중앙은행이 긴급 개입해야 할 정도로 영국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려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미국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언급 이후 영국 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했지만, 그의 행보가 세계 경제에 미칠 우려는 백악관 내부에 팽배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트러스가 취임 당시 전임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취임 후 발생한 혼란은 이를 바라보던 미 당국자들에겐 놀라운 일이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북아일랜드 협약과 관련한 문제도 바이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트러스는 총리 내정자 때부터 북아일랜드 협약 파기 카드를 꺼내 유럽연합(EU)을 압박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섬 평화의 기반인 벨파스트 협약(굿 프라이데이 협정) 혜택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벨파스트 협약은 아일랜드섬 내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왕래를 보장하는 협약이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아일랜드와 영토가 맞닿은 특수성으로 인해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겨두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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