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국 주재 영사관 반중 시위대 폭행사건 기록 지우기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영국 주재 자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시위를 하던 시위대를 폭행한 사건이 확산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은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폭행 사건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자국민이 관련 정보에 접촉할 수 있는 통로를 철저히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일 연합뉴스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외교부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영국 영사관 폭행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과 왕원빈 대변인의 답변을 쏙 빼고 브리핑 질의응답록을 게시했다.
왕 대변인은 이날 "불법 분자가 총영사관 부지에 불법 진입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영국 외교부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지만,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폭행 사건이 알려진 지난 17일 이후 매일 자국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질의응답록에는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왕 대변인은 17일 "우리는 영국이 외교관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중국 주영 대사관·영사관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이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18일에는 "소란을 떠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중국 영사관에 들어와 중국 외교관사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의 위협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평소에도 홈페이지에 정례브리핑 질의응답록을 게시하면서 민감한 사안의 질의응답은 삭제한 채 게시해왔다.
테니스 스타 펑솨이에 대한 성폭력 의혹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 사건을 비롯해 간암으로 투병하다 별세한 중국 민주화 운동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추모 사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도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를 제외하면 관영 매체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도 폭행 사건 관련 게시글은 모두 삭제됐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국가 주석을 겨냥한 시위라는 점 때문에 당국이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연합뉴스에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열리는 중요한 시기에 시 주석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BBC방송·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시진핑 주석을 규탄하는 시위 도중 영사관에서 최소 8명이 나와 홍콩 출신 시위자 1명을 안으로 끌고 들어가 주먹과 발로 구타했다.
영사관에서 나온 사람들은 헬멧과 보호복 등을 갖추고,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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