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추락' 인도 제1야당, 非네루 가문 수장 앞세워 이미지 쇄신
24년만에 네루-간디 가문 아닌 총재 선출…17일 선거·19일 발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몇 년 간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한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네루-간디 가문 이외의 수장을 앞세워 이미지 쇄신에 나선다.
네루-간디 가문은 INC를 좌지우지하며 인도 현대 정치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지금은 여당 인도국민당(BJP)을 이끈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위세에 크게 밀린 상태다.
17일(현지시간) 더힌두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이날 INC의 간부 9천여명은 차기 당 총재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한다.
투표 결과는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투표에서 주목되는 것은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 총재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후보가 뽑히든 24년만에 처음으로 비(非) 네루-간디 가문 출신 총재가 탄생하는 셈이다.
인도국민회의의 총재는 그간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 독점하다시피했으며 1998∼2017년에 이어 2019년부터 지금까지는 소냐 간디가 맡고 있다. 2017∼2019년에는 라훌 간디가 총재를 역임했다.
소냐 간디는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부인이며 라훌 간디는 소냐 간디의 아들이다.
네루-간디 가문에서는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를 비롯해 그의 딸 인디라 간디, 인디라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 총리 세 명이 배출됐다.
다만, 간디라는 성은 인디라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바뀐 것으로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1885년에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 INC는 1947년 독립 후 정당으로 변신, 지난 70여 년간 인도 정치를 좌지우지했고 네루-간디 가문의 지도 아래 무려 50여년간 집권당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인디라 간디와 라지브 간디가 각각 1984년, 1991년 암살당하고 라훌 간디가 2014년, 2019년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모디 총리에 완패하면서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
이에 INC 안팎에서는 네루-간디 가문의 '왕조 통치적 체제'를 탈피하고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에 총재 선거는 말리카르준 카르게 연방 상원 야당 대표와 하원 3선 의원인 샤시 타루르 간 2파전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카르게 대표는 네루-간디 가문의 최측근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그는 최근 "간디 가문은 이 나라에 좋은 일을 해왔고 그들의 조언은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표로 뽑힌 후에도 간디 가문의 조언과 지지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타루르 의원은 네루-간디 가문과 인연이 적으며 당내 개혁을 부르짖는 소장파로 분류된다.
그는 이번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된다며 불리한 환경 속에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 사무차장을 지낸 타루르 의원은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 반기문 전 총장에게 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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