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등 사회과목서 '민주주의·표현의 자유' 교육 빠진다"
홍콩프리프레스 "국가 안보 관련 내용은 추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국가보안법 시행 후 교육 개편 작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교육이 사라질 전망이다.
14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와 명보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홍콩 교육부는 2010년부터 가르쳐온 중학교 '생활·사회' 과목의 명칭을 '공민·경제·사회'로 바꾸고 국가관과 국가안보에 관한 내용을 추가한 해당 과목 개편 커리큘럼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헌법의 이해, 국가 안보의 의미, 국가보안법의 중요성, 국가 정체성의 육성, 개편된 선거제 등에 관한 내용이 커리큘럼에 추가됐다.
반면 세계의 다양한 정치 제도를 소개한 '민주주의와 다른 나라의 정치제도' 부분은 없어지고, 중국의 정치 구조에 대한 기본 이해만이 요구된다.
표현과 의견의 자유, 공정과 정의 등이 홍콩 사회의 핵심 가치라고 가르쳐온 '홍콩 사회의 핵심 가치 수호' 단원도 통째로 없어졌다.
해당 단원에는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하지만 난 당신이 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어록도 수록돼 있었다.
또한 사회 과목의 교육 목표에서 "공공의 문제에 책임감 있게 참여할 열정과 준비성을 개발한다"는 내용이 사라졌다.
이번 개편에 대해 홍콩 교육부는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나 다른 교과와 겹치는 내용, 낡은 내용을 뺐고 미디어·정보 활용 능력 등을 추가해 시대에 맞게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개편된 커리큘럼을 이르면 내년 9월 학기부터 학교에서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홍콩 교육부는 지난해 고등학교 시사교양 과목을 전면 개편했다.
2009년부터 홍콩 고교에서 필수 과목으로 가르쳐온 '통식'(通識)의 이름을 '공민사회발전'으로 바꾸고 사회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던 기존 수업 방식을 없애는 대신 국가안보, 준법정신, 애국심 교육을 강화했다. 또 중국으로의 수학여행을 의무화했다.
친중 진영에서 2019년 반정부 시위에 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것에 대해 이 과목이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비판한 데 따른 개편이었다.
'통식'의 영어명이 교양 과목을 뜻하는 '리버럴 스터디'(liberal studies)인데, 친중 진영에서 '리버럴'이 개별 단어로서 '자유민주주의' '자유주의'를 뜻하는 것을 문제 삼은 탓에 교과명도 바뀌었다.
이어 지난 6월 공개된 '공민사회발전'의 새로운 교과서 4종에는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2019년 반정부 시위로 인해 이듬해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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