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장비업체, 美 직원에 "R&D 프로젝트서 손 떼라" 통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최고 반도체 장비업체 베이팡화창(나우라 테크놀로지)이 미국의 새로운 규제 발표 직후 자국에서 일하는 미국인 직원들에 작업 중단을 통보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전했다.
소식통은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베이팡화창이 내부 고지를 통해 현지 미국 국적 엔지니어들에게 즉시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베이핑화창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이뤄졌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이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에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베이팡화창은 자회사 '베이징 나우라 자전기 테크놀로지'가 미 상무부의 '미검증 명단'(Unverified list·수출 통제 우려 대상)에 포함된 상태이기도 하다.
미검증 명단은 미 당국이 통상적인 검사를 할 수 없어 최종 소비자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더 엄격한 수출 통제를 하는 대상을 말한다.
그러나 베이팡화창은 해당 자회사가 전체 연간 매출의 0.5%만 차지한다며 미국 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SCMP는 "중국 반도체 상장사들의 최고 경영자 명단을 검토한 결과 많은 중역이 미국 시민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부분은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이나 미국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며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중국 회사들은 미국인 직원의 수나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팡화창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모든 중역은 중국 국적이지만, 미국인 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SCMP는 전했다.
아울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2일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A와 램 리서치가 중국 국영 반도체 생산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했던 기술자와 직원들을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업체가 납품한 반도체 장비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파견 직원들은 중국 YMTC 공장의 운영과 생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미국 업체의 지원이 중단되면 YMTC와 같은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생산장비의 업그레이드와 유지뿐 아니라 향후 반도체 개발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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