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학생 14명 '오성홍기 게양식 불참' 정학 논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한 학교가 국기 게양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에 정학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더스탠더드 등 홍콩 매체에 따르면 홍콩 췬완 지역의 한 학교는 지난 5일 국기 게양식 도중 학생 14명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거나 운동장에 모여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이들에 대해 사흘간 정학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교감이 운동장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던 14명의 학생에게 학교에 무례하게 굴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학교는 10일 밤 성명을 통해 "우리 학교는 학생들을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해 언제나 준법과 국가 연주·국기 게양에 대한 존중 교육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학 대상 중 한 명인 앤서니(가명)는 더스탠더드에 "정말로 충격받았다"며 "나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국가 연주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는 게양식 약 30분 후에 우리한테 법 위반을 말했다"며 "국가보안법이나 국기법이 관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가 내린 처분을 납득할 수 없으며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학교는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흡연하거나 싸움을 벌였을 때 내려지던 정학 처분이 자신들에게 내려진 것이 과하다고 지적한다.
홍콩 입법회(의회) 추쿽쿵 의원도 "정학 처분은 과도한 징계"라며 "학교는 학생들에게 더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데 이어 그해 9월 홍콩 입법회에서는 국기법·국가휘장법, 국가(國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홍콩 각 학교에서는 매주 중국 국가(의용군행진곡)가 연주되는 가운데 중국 국기(오성홍기) 게양식을 열어야 하며 학생들은 국기의 역사에 대해 배워야 한다.
국기와 국가상징을 거꾸로 전시하거나 임의로 버려서는 안 되며, 인터넷에서 국기를 모욕하는 행위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만홍콩달러(약 9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할 경우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 홍콩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관계된 학교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학교는 학생들에게 국기 게양식이 진행되는 동안 올바른 에티켓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며 "학교는 학생이 국기나 국가 휘장에 무례한 행동을 보이면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적법한 방식으로 후속 대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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