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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현장을 가다] 파헤쳐진 아마존…사막같은 모래밭에 타이어 '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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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현장을 가다] 파헤쳐진 아마존…사막같은 모래밭에 타이어 '뒹굴'
불법 모래 채취에 우기 물 안 흐르는 면적 증가…주변 식물 사라지고 생물 다양성 '악영향'
황폐화 가속 가능성, '지구 허파' 회복력 상실 우려

[※ 편집자 주 =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의 수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 특파원망을 가동해 세계 곳곳을 할퀴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기후재앙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현장을 취재한 특파원 리포트를 연중기획으로 연재합니다.]



(마나우스[브라질 아마조나스주]=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누가 여기까지 와서 감시하겠어요?"
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도심에서 차로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한 시골 마을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몇 가구 되지 않는 현지 주민들 말로는 '통화 잘 된다'고 하지만, 외지인 휴대전화 창에선 종일 안테나 표시 구경이 힘들었다.
이곳에 42년째 거주 중인 베네디토(65) 씨는 아예 전화기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급한 것 없고,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게 더 좋다"는 게 그의 신조다.
자신을 '베네'라고 부르라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곳에 온 목적에 대해 말을 꺼내자, 그는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어느 한 곳을 지목했다.
베네 씨는 "저기는 아주 완벽히 끝났다"며 "아마 위에서 내려다보면 숲속 운동장 같은 커다란 구멍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와 함께 차를 타고 산길로 10여분 이동한 뒤엔 도보로 움직였다. "찻길은 계속 이어지지만, 저 앞에 장애물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름드리나무 사이 정글 같은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는 중간중간 거미줄은 연방 팔에 기분 나쁘게 달라붙었다. 왱왱 귓가를 맴도는 작은 날벌레는 끊임없이 신경을 자극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도 여러 차례 밟았는데, 이날 신었던 신발은 나중에 버려야 했다.
몇 분 정도 걷자 다시 화물차 1대가 오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이윽고 마주한 곳은 사막 같은 모래밭이었다.
베네 씨는 "벽돌을 구우려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모래를 마구잡이로 퍼내 날랐다"며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은 채 그들은 이곳을 완전히 파괴해 놓고 떠났다"고 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협곡의 축소판 같은 메마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중장비로 깎은 듯한 절벽 아래에는 쏟아져 내려온 모래들이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돼 빨갛게 익고 있었다.
우기엔 그래도 일부 물이 흐른 것 같은 흔적도 있었지만,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상처를 아물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주변엔 모래 운반 화물차의 것으로 짐작되는 타이어들도 뒹굴고 있었다.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 말고는 고요한 그곳은 한편으론 원래 이랬다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보이기까지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곳에 동행한 '마나우스 토박이' 알란 페레이라 데 카스트루 씨는 "나무를 베어낸 뒤 모래까지 퍼다 나른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벽돌 수요가 늘면 모래 불법 채취도 더 성행할 것 같다"고 전했다.
중요한 건 모래가 줄면 우기에 주변이 침식돼, 물이 제대로 채워지지 못하는 면적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량이 줄면 주변 식물도 사라지고 생물 다양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역학 연구소의 E. 렌티어와 L. 케머라트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건설용 모래에 대한 수요 증가는 전 세계적인 환경 문제로, 그 효과는 수량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고 끊임없이 누적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하천 바닥이 넓어지고 수위가 낮아지는 물리적 환경 변화와 수생 동·식물의 감소라는 생물학적 환경 변화가 주로 관찰된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수질과 공기·토양 질 역시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상 존재하는 우림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전체 산소량의 20% 이상을 생산하는 아마존이 단시간에 '지구의 허파' 역할을 상실하리라는 것은 기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곳에서는 무분별한 파괴에 따른 영향이 소리 없이 조금씩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수백년 이상 장엄하게 한자리에 존재하다 우르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살풍경에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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