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베팅' 레버리지펀드에 3조 순유입…연초이후 47% 손실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전 세계 긴축과 경기 둔화 우려로 국내외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자 주가지수 상승에 기대를 거는 레버리지펀드에 뭉칫돈이 몰렸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의 자금 흐름을 집계한 결과 지난 7일 기준 레버리지펀드 61개의 설정액은 5조9천307억원이었다.
연초 이후 3조189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1개월에만 9천438억원이 들어왔다.
상장지수펀드(ETF) 카테고리를 제외하면 모든 테마 펀드 중 레버리지펀드의 순유입액이 연초 이후와 최근 1개월간 가장 많았다.
연초 이후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은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으로, 순유입액이 1천918억원에 달했다.
'NH-Amundi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과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운용)'에도 각각 319억원, 250억원이 순유입됐다.
레버리지펀드는 선물, 옵션 등 금융 파생상품을 지렛대로 활용해 기초지수 상승률의 통상 1.5∼2배 수익을 추구하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그만큼 평가손실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코스피가 지난 7일 2,232.84로 마쳐 올해 들어 25.29% 떨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2,134.77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실제로 레버리지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평균 -47.15%를 기록했다.
최근 1개월간 레버리지펀드 투자자들은 평균 13.25%의 손실을 입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연초 이후 -27.18%, 최근 1개월 -7.48%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레버리지펀드의 손실 폭이 훨씬 크다.
이처럼 레버리지펀드 투자가 지속해서 손실을 내는데도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리버스 마켓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45.06%에 이르지만, 이 기간 6조4천290억원이 순유출됐다.
시장 안팎에선 당분간 국내외 주가지수 반등 기대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는 데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광폭 금리 인상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이후 미국이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와 연동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경색될 우려가 짙어졌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지정학적 위험도 커졌다.
외국인 수급에 민감한 국내 증시는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 국내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산업이 감산에 돌입할 만큼 업황 부진에 빠진 것도 악재로 꼽힌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혼재된 상황이고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안정 의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어 연준의 피벗(기조 전환) 기대감이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확대에 따른 국제유가 반등은 인플레이션 여건을 악화하는 요인이므로 증시에 조심스러운 대응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현실화 이후 신용, 은행, 국가 재정 위험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내 증시의 바닥은 코스피 2,000선"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수준을 담보로 한 시간 싸움 과정에 대비하고, 경기 방어 내수주인 방산, 미디어, 음식료, 유통 대표 종목들로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 헤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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