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상징물' 러 보급선 크림대교에 큰 폭발(종합2보)
트럭폭탄·유조차 화재…교량 일부 붕괴로 통행 중단
우크라, 개입 가능성 시사…전쟁 후 수차례 파괴위협
러 보급차질 빚을까 주목…푸틴, 사건 공식조사 지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케르치해협 대교)에서 8일 오전(현지시간) 트럭 폭탄이 터지고 철도로 운송되던 유조차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해 다리 일부가 붕괴했다.
러시아와 교전중인 우크라이나 측이 이번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메시지를 사건 직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정부기관인 '국가 반(反)테러 위원회'를 인용해 이날 오전 6시 7분(한국시간 오후 12시 7분)께 이 다리의 자동차 통행 부분을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는 발표를 전했다.
이로 인해 이 다리의 철도 통행 부분에서는 석유를 싣고 철도편으로 크림반도로 향하던 유조차들 중 7량에 불이 옮겨붙었다는 것이 러시아 당국의 설명이다.
유조차들은 화물열차의 후단에 달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 철도공사는 불이 붙은 유조차들로부터 기관차와 그 뒤에 붙은 다른 화차들 일부를 분리한 후 케르치 역으로 대피시켜 놓았다.
이에 따라 다리의 일부분이 손상돼 부분적으로 붕괴됐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혔다. 크림반도로 향하는 철도편의 운행이 당분간 모두 중단된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연방도로공사 관계자를 인용해 크림대교를 건너는 양방향 차량 통행이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선박이 다리 아래로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에는 피해가 없었고, 케르치해협 일대 선박의 항해에는 지장이 없다고 러시아 당국은 주장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사는 러시아 교통부를 인용해 크림대교의 통행이 중단됨에 따라 케르치해협을 건너서 오가는 연락선이 운행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크림반도에 군수물자 등을 공급하려는 러시아 측 계획에 당분간 차질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건을 조사토록 정부에 지시했다.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측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측근인 마히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이번 사건이 시작"이라며 "(러시아가 만든) 불법적인 것은 모두 파괴되어야 하며, (러시아가) 도적질한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에 반환되어야 하며,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것은 모두 추방되어야 한다"고 트윗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폭발과 화재가 일어나 파괴된 다리의 사진을 '크림대교의 아침 모습'이라며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하면서 "연료 탱크에 불이 붙었다. 도로의 일부가 파괴됐다. 모두 우크라이나가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이나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와 연관이 있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일부 붕괴된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상징하는 기간시설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해 강제 병합한 뒤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2016년 크림대교 건설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의 대표적 점령지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19km 길이 크림대교는 2018년 개통됐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긴 교량이며 러시아는 이 다리를 짓기 위해 건설비 수조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안전후방으로 간주되는 크림반도를 잇는 핵심 보급로로서 러시아에 전술적,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후 크림대교를 파괴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러시아는 크림대교가 공격을 받으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하겠다고 올해 6월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뿐만 아니라 다수 러시아 우방들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국제법 위반으로 본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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