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싱크탱크 "콘텐츠사가 망비용 내는 한국, 서비스 질 하락"
독일 연방네트워크청 의뢰 보고서, EU 망 사용료 고민 속 한국 사례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대형 콘텐츠 사업자에 망 사용료 부과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두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같은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역시 논쟁 중인 유럽에서 우리나라의 통신 사업 환경을 분석한 보고서가 발간됐던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NetzA) 의뢰로 '윅(WIK) 컨설트'가 펴낸 보고서다. 연합뉴스가 10일 살펴본 보고서에는 "한국에서 콘텐츠 최종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보고서는 "한국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발신자 지급 방식(SPNP)을 도입한 나라로, 콘텐츠 사업자들이 통신 사업자에 네트워크 비용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데이터 발신량이 많은 사업자가 통신 사업자에 비용을 내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제도 도입 결과에 대해 "온라인 콘텐츠 다양성 감소가 보고되고, 최종 소비자의 콘텐츠 사용 비용 증가와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 저조가 예상된다는 시장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콘텐츠 사업자 중 일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상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일도 있다"면서 "일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는 한국으로 가는 트래픽을 아시아나 미국 등 한국 밖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2016년 발신자 지급 방식이 도입된 이후 한국은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인터넷 접속 비용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시장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인터넷 접속료는 프랑스 파리의 8.3배, 뉴욕의 4.8배였다.
보고서는 망 사용료 의무화 반대 운동을 펴는 한국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인용해 "이러한 환경이 결국 한국 통신사들의 경쟁력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통신 당국 의뢰로 나온 이 보고서가 다룬 한국의 예는 유럽소비자단체연합(BEUC)이 지난달 펴낸 유럽의 인터넷 정책 관련 보고서에도 인용됐다.
유럽연합(EU)도 우리나라처럼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 통신망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유럽 내 망 사용료 부과는 유럽의회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진행 중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3개국은 최근 공동으로 빅테크 기업들에 통신 설비 개선 비용을 일부 부담시킬 것을 EU가 입법화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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