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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산층·여중고생까지 시위 가세…경제난 속 체제불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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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산층·여중고생까지 시위 가세…경제난 속 체제불만 증폭
CNN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일지도"·WSJ "빈곤층 급증·중산층 축소"
이란 당국, 대학 중심으로 전국 주요도시에 진압부대 증강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히잡 미착용 여성의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최근 경제난에 시달려오던 중산층과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여학생들이 대거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의 모든 면을 통제하는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근본적 체제 교체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은 5일(현지시간) 이란의 시위 현황과 사회 분위기를 전하면서 이란 체제와 정권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던 22세 쿠르드계 이란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지난달 16일 의문사한 후 전국 곳곳의 주요 도시들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시위대의 구호가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시위가 확산하면서 이슬람 공화국 통치체제 자체의 종식을 부르짖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시위의 모멘텀이 커지면서 이란 정부가 수십년간 휘둘러 왔던 '겁주기 전술'이 통하지 않고 있고,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국가 지도부에 반대하고 이들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구호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프랑스 뉴스통신사 AFP는 10대 여학생들이 이란 전국 곳곳에서 히잡을 벗어던지고 시위에 참가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는 영상 중에는 테헤란에서 여자 고등학생들이 히잡을 벗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테헤란 서쪽에 있는 카라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맨머리 소녀들이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남자 교장을 학교에서 몰아내는 장면이 지난 3일 영상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AFP는 이 영상의 진위를 검증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종교 경찰이 불을 지른 데 이어 망가진 이란 경제가 시위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란 경제가 부정부패, 관리 잘못,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시위가 지속되면서 더 큰 운동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 경제가 붕괴중인 데 대한 중산층의 분노가 이런 변화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테헤란에서 외국 기업들에게 이란 비즈니스 전략을 조언하는 사업가 무스타파 파크자드는 WSJ 기자에게 '시위를 뒷받침하는 연료'로 '여성, 기술, 빈곤이라는 삼각 편대'를 꼽으면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주하는 심한 제약들에 의해 인생이 문자 그대로 망가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란의 현행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만든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꾸준한 중산층의 성장이 이란의 안정을 유지하는 주요 요인이었으나, 최근 경제난으로 중산층이 줄고 빈곤층이 늘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이란의 최근 연간 물가상승률은 50%를 웃돌고 있으며, 이란 리알화의 미국 달러 대비 가치는 올해 들어 사상 최저치로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란 정부 통계에 따른 빈곤층 비율은 2015년 20%에서 최근 30%대로 치솟았다. 한때 60%였던 중산층 비율은 40%대로 줄었다.
이란의 독립 민간 연구센터인 이슬람 인문학 연구소의 파르샤드 모메니 소장은 이란의 반(半)관영 통신사 ILNA에 최근 이란에서의 빈곤 확대가 "최근 100년 동안 전례가 없는 규모"라며 이 탓에 나라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위가 전국적으로 지속되고 시위의 성격도 본격적인 반체제 시위로 변한 가운데, 이란 당국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
이란 당국은 주요 대학 근처를 중심으로 수도 테헤란과 우르미아, 타브리즈, 라슈트 등 주요 도시들에 전투경찰을 배치하고 증강했다.
테헤란에 있는 한 대학생은 테헤란대 근방에 진압 인력이 대규모로 배치돼 있다며 "캠퍼스를 떠나기도 겁난다. 경찰 밴이 학생들을 체포하기 위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기자에게 말했다.
런던에 본부가 있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진압부대 중에는 정규 전투경찰대뿐만 아니라 이슬람 혁명수비대를 포함한 군 병력,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준군사조직(민병대) '바시즈', 이란 이슬람공화국 법집행사령부, 사복 보안대원 등이 섞여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말 자체 입수한 이란 당국 문건들을 분석한 결과 이란 당국이 무자비하고 잔혹하게 시위를 진압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란 군 총본영은 지난달 21일 전국 지휘관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자들과 반혁명분자들에게 강경하게 맞서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마잔다란주(州) 군 사령관은 지난달 23일 모든 관할 진압 부대에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폭동 가담자들과 반혁명분자들이 일으키는 소요에 무자비하게 맞서라"고 명령했다.
지난달 중순 시작된 이란 시위로 숨진 사람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국제 인권단체들의 추산을 인용해 사망자 수가 150명이 넘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오슬로에 본부가 있는 '이란 인권'(IHR)은 최소 92명, 국제앰네스티는 최소 53명의 죽음이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파르스 뉴스통신사는 지난주에 사망자 수를 '대략 60명'으로 보도했으나,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그보다는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봤다. 진압 인력 중 사망자는 최소 12명이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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