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동원령에 회의론 "훈련안된 국민 총알받이로…대량학살"
이미 20만 동원 추산…훈련·장비 없이 바로 전장에 내몰려
"전황 못 바꿀 임시방편"…반전여론 자극할 자충수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최근 단행한 부분 동원령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민간인을 전장에 총알받이로 내모는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러시아 내 여론악화도 관측된다.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뒤 8만명(서방 추산)에 가까운 병력이 죽거나 다치거나 포로로 잡히자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하기로 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러시아가 빠진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실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현재 러시아는 동북부와 남부 2개 전선에서 서방의 무기지원을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러시아가 내년까지 기다려 정예군을 훈련한 뒤 투입하면 그사이에 우크라이나에 점령지 상당 부분을 빼앗기게 된다.
이에 준비가 안 된 예비군이라도 전선에 즉시 투입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전황을 바꾸길 기대하기 어렵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로런스 프리드먼 전쟁학 명예교수는 WSJ에 "이번 동원령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겨울 전에 점령지를 잃을 게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20만명을 동원한 것으로 추산하고, 일부는 벌써 전장에 투입돼 잡히거나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국방위원회 서기는 "동원된 사람들이 복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전선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연구원 헨리 보이드는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의 모든 상황이 최악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연구원 대러 매시콧은 "동원된 병력이 10년 동안 전투와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왔다는 걸 러시아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동원 체계가 즉각 활성화해 잘 작동할 것이라고 갑자기 기대하는 건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연구원 더그 클레인은 미국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문을 통해 동원되는 이들을 '총알받이'로 규정했다.
클레인은 "러시아군 저인망에 잡히면 아무나 최소한의 훈련만 받고 전장에 투입되는 현실에 러시아인들이 공황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떨어진 뒤 징집을 피해 외국으로 달아난 러시아인은 2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클레인은 "훈련받지 않고 장비도 없으며 대다수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의지도 없는 사람들을 파병하는 행위는 현대 전쟁에서 유례가 거의 없는 대량학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국 육군사령관은 최근 러시아 영자지 모스코타임스 인터뷰에서 "동원된 이들이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훈련이 안 된 이들을 전투에 보내는 건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동원령 때문에 푸틴 대통령을 향한 러시아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폭스뉴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동원령이 결국 푸틴 대통령의 '중대 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직 미국 국방정보국(DIA) 관리인 레베카 코플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푸틴의 정책을 두고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장의 큰 소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E. 오핸런 연구원은 "러시아가 소요는 우려하겠지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푸틴의 권력 장악이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