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에 뿔난 미국, '석유담합금지' NOPEC 법으로 압박하나
백악관 "OPEC 가격통제 낮출 추가 수단 의회와 협의할 것" 언급 주목
상하원 통과·대통령 서명 필요…시행시 산유국에 대한 소송 가능해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대규모 감산을 결정하자 미국이 이들 국가에 대해 가격담합 소송 카드를 쓸지 관심이 쏠린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5월 유가 담합으로부터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발의된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을 17대 4로 통과시켰다.
현행 미국 반독점 법률은 주권 면책 조항을 통해 OPEC+ 산유국이나 이들 국가의 에너지 기업들을 소송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NOPEC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미 법무부는 OPEC+ 국가들에 대해서도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날 OPEC+는 월례 장관급 회의를 열고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미리 대비한다는 취지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미 백악관은 즉각 성명을 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세계 경제가 대응 중인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OPEC의 에너지 가격 통제를 축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단과 권한에 대해서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언급을 놓고 백악관이 NOPEC을 지지할 가능성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백악관은 NOPEC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NOPEC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더라도 연방 법원이 다른 국가에 불리한 결정을 어떻게 내리게 될지 불분명하고, 미국도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만큼 시장조작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앞선 법안들은 미국 최대 석유 이익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와 같은 업계의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지만, 의회에서 올해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상원 법사위를 통과한 이번 법안은 상·하원 본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야 발효된다.
리서치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법안이 상원 본회의에 오른다면 100석 중 의결에 필요한 60표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OPEC의 맏형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세월에 걸쳐 NOPEC과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 의회에 오를 때마다 로비에 나섰다.
사우디는 2019년 미국에서 이런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미국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석유를 팔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무기 구입처를 미국 외 다른 국가로 돌리는 등 다른 방식의 반격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석유업계 역시 이 법안이 시행되면 글로벌 산유량이 늘고 가격이 내려가 미국 산유량을 늘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법을 만들면 다른 나라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비슷한 조처에 나설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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