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접고 사우디 갔던 바이든, OPEC+ 감산에 "근시안" 발끈(종합)
기대했던 사우디, 러와 밀착…백악관 "OPEC+, 러와 협력 분명"
11월 중간선거 악영향 '비상'…"높은 에너지 가격 민주당에 악재"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방침에 대해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문제에 대한 소신까지 접고 방문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행보를 같이 하면서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되자 강도 높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고통을 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근래 갤런(약 3.78L) 당 1.2달러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대통령이 국내 및 전 세계 동맹국과 취한 조치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11월에 전략비축유 1천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과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있는지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를 보호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필요하면 전략비축유 방출을 계속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정유업체에 제품 가격을 낮춰 마진을 줄일 것도 요청하고, 미국 의회와 함께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백악관은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로 주목을 받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거론하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미국은 미국 제조 및 미국산 청정에너지와 관련 기술에 대한 의존을 확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면서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가장 큰 투자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OPEC+는 이날 월례 장관급 회의 뒤 성명을 내고 11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결정에 대해 백악관 차원의 성명을 내고 대응한 것은 유가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때 갤런당 평균 가격이 5달러를 넘을 정도로 치솟았던 휘발유 가격은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평균 3달러 중반대에서 정체된 상태이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미국자동차협회(AAA) 홈페이지상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 당 3.831 달러이며 이번 감산 결정으로 갤런당 15~30센트 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미국 내에서 나온 상태다.
체감도가 높은 휘발유 가격은 경제 실정 심판론을 제기하고 있는 공화당에 유리한 소재다.
클리어뷰 에너지파트너의 캐빈 북 국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높은 가격은 민주당에 악재"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름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리고, 국제 석유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으나 사우디가 적극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도 백악관이 이번 결정을 강력 비난한 배경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수개월 내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 OPEC+ 차원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으나 실제 OPEC+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감산 결정을 하면서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차원의 잇딴 감산 결정으로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하고 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증산하면서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시장 대응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로 OPEC+가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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