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에 입 연 이란 최고지도자 "미국·이스라엘의 계획"
"가슴 아픈 사건 이유로 히잡 찢고, 쿠란 불태우는 것은 비정상"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가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계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군 행사에 참석해서 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메네이는 "젊은 여성의 죽음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거 없는 의혹으로 히잡을 찢고 쿠란(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것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고지도자는 그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보름 넘게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하메네이는 "세계에 많은 시위와 폭동이 있고 특히 유럽이나 프랑스에서는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데, 미국이 폭도들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낸 것을 본 적이 있느냐"면서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란 내 시위에 배후가 있음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진보를 막기 위해 이런 혼란을 조장하며, 과거에도 비슷한 음모를 꾸민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찰은 범죄에 맞서 사회의 안전을 보장한 의무가 있다"며 "경찰을 공격하는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진압을 정당화했다.
아미니는 지난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최소 133명이 시위와 연관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2∼3일 밤 테헤란 대학교 등 주요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대학생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대학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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