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심사 결과 美·英서 내달 발표될 듯
EU·日은 본심사 시작 못해…"국가 항공경쟁력도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이 미국과 영국에서 이르면 11월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운항 노선이 많은 미국과 대표적 유럽 노선인 영국에서 양사의 합병이 승인되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결합심사 통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 대신 운항할 대체 항공사를 제시하기 위해 외항사,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대신해 운항할 신규 항공사를 제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내 LCC와 유럽·미국 노선 운항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해당 MOU를 토대로 다른 항공사가 아시아나항공 대신 취항하면 합병 이후에도 독점을 방지할 수 있다고 경쟁 당국에 주장하고 있다.
인천~LA(로스앤젤레스)의 경우 국내 항공사로는 에어프레미아가 이달 취항하고, 차차 운항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베트남 항공사의 해당 노선 취항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미주 노선은 유나이티드항공이나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사가 운항을 확대하거나 취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법무부는 이달 대한항공 임원·담당자와 인터뷰를 하고, 대한항공이 제안한 합병 이후 시정 조치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런던 노선에는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이 신규 취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달 16일 1차 본심사에 착수했고, 11월 14일까지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CMA는 합병 이후 시장의 경쟁성이 감소할지와 서비스 하락 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합병 이후에도 시장 경쟁성이 유지된다고 판단되면 1차 심사에서 합병 승인이 이뤄지며, 문제가 있다면 2차 심사가 진행된다.
EU와 일본의 심사는 미국과 영국과 비교해 여전히 더딘 모습이다. EU와 일본의 경우 본심사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이며, 본심사 전 사전협의 단계가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자료 제출과 시정조치안에 대한 모든 협의가 경쟁 당국과 완료된 후 정식 신고서를 제출해 전체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는 전략이다.
EU는 유럽 외 국가의 기업 결합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추세여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올해 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한국조선해양[009540]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를 불허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대한항공이 작년 8월 결합 신고서 초안을 제출했지만, 1년 넘게 사전 협의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일본 경쟁 당국이 요구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지만, 경쟁 당국이 자체 경제분석과 시장 조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일본 노선에 LCC(저비용항공사)와 일본 항공사 운항이 많기 때문에 합병 이후에도 경쟁 제한성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일본 경쟁 당국은 거대 항공사가 시장에 나오면서 일본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해외에서 기업결함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합병으로 인해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사의 취항을 위해 해외 주요 공항과 인천공항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외항사에 내줘야 한다.
항공사 간 슬롯을 구매·판매하는 유럽의 경우 대한항공이 외항사에 슬롯을 판매한다면 금전적 이득을 보겠지만, 국가 항공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한국 국적 항공사의 슬롯을 잃게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가적 손실을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당장의 결합 승인도 중요하지만, 국가 항공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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