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동원령에 "미 시민권자 즉각 러시아 떠나라" 촉구
"탈출 막히거나 이중국적자 징집될 수도…육로이동 등 빨리 조처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세(戰勢) 회복을 위해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즉각 러시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주러미국대사관은 28일(현지시간) 대사관 홈페이지에 보안 경보 글을 올려 "러시아가 시민들을 군에 동원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시민은 러시아로 여행해선 안 되고, 러시아에 거주하거나 여행 중인 시민은 즉각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러시아는 이중국적의 미국 시민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미국의 영사 지원 접근을 거부하거나 미 시민의 러시아 출발을 막을 수도 있다"며 "이중국적자를 징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가 자국민에게 '러시아 탈출'을 공식 권고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무차별적인 동원령을 내리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 여행자나 이중국적의 미 시민권자가 징집되거나 동원령 반대 시위에 연루돼 체포될 경우 외교적으로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미국도 현재의 러시아 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현재 자국민의 러시아 여행을 금지하는 여행 경보 4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4단계는 여행 경보 1∼4단계 중 최고 등급이다.
주러미대사관 측은 또 러시아를 떠나는 비행편이 매우 제한적이고, 종종 짧은 시간 내에는 이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다만 자동차와 버스를 이용한 육로는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며, 미 시민권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독자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에서는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항공편 예약이 늘고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강경파 사이에선 동원 대상자의 해외 도피를 막고자 국경을 폐쇄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당국이 징집 대상자들의 출국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지난 21∼24일 26만1천 명이 러시아에서 도망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 조지아로 넘어가는 국경에 10마일(16㎞)의 차량 행렬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동원령에 반발한 시위가 러시아 전역으로 퍼지는 가운데 주러미대사관은 러시아에서 평화적 집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인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러시아 당국은 시위에 가담한 미국인들을 체포하고 있다"면서 시위 현장에서 보안 요원들의 사진을 찍지 말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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