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 흔들리나…이란도 러시아도 민중저항 폭발
WP 진단…"美, 제재에 더해 인권 존중·투명 선거 모범 보여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히잡 시위'가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이란과 예비군 동원령 발동으로 혼란에 빠진 러시아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권위주의적 성향인 이들 국가가 대중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마저 엄격한 통제의 잣대를 들이댔다가 민중의 거센 반발을 자초하며 정권 안위조차 불안해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제니퍼 루빈은 "억압적 정권은 이견이나 시위를 용인하면 사회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국민을 임계점까지 몰아세우면 오히려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먼저 여성의 노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무슬림 국가 이란에서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하며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고,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여성들이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 불태우는가 하면 시위대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찢어 불을 붙이는 등 분위기가 날로 격화했고, 치안당국과 대치로 사망자가 30명 넘게 발생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튿날 미국 재무부는 이란 시위 지원을 위해 대(對)이란 제재 적용을 면제받는 인터넷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다.
WP는 이것이 지난 2009년 이란 야권에서 시작된 '녹색운동'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보였던 대응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바이든은 서방이 억압받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최근 병력 보충을 위해 예비군 30만 명 징집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7개월에 걸쳐 이어진 전쟁으로 러시아군 수만 명이 전사하는 피해를 겪은 데다, 서방의 제재로 국가 경제마저 흔들리며 불만 여론이 비등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인들은 동원 명령에 응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하거나,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등 그간 흔들리지 않는 '철권통치'를 이어온 듯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불만 여론이 점차 비등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시위를 벌이다 현지 경찰에 잡혀가던 한 남성이 "푸틴을 위해 죽을 생각은 없다"고 외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하기도 했다.
WP는 "푸틴은 의심할 여지 없이 반대 여론을 탄압하려고 하겠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전 목소리를 억누르지는 못할 것"이라며 "지금은 중국조차 전쟁에 우려와 의문을 표할 정도로 푸틴의 입지가 연초보다 훨씬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WP는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한편 투명하고 평화롭게 선거를 치르는 등 모범을 보임으로써 반권위주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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